[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신용평가사와 월가 금융회사의 ‘짜고치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실제보다 후한 점수를 매겨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신용평가사와 자산 가치를 부풀려 높은 가격에 증권을 매각하려는 월가 금융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위험한 게임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올해 상반기 월가에서 시장점유율을 세 배 늘렸다.
월가의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증권에 대해 높은 신용등급을 평가한 결과다.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미국 정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S&P는 과거와 같은 전략을 통해 비즈니스 기반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금융상품의 신용등급을 높이 평가할 때 금융회사는 더 유리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월가 투자은행(IB)은 다른 신용평가사보다 S&P에 등급 평가를 의뢰했다.
앰허스트 증권의 대럴 휠러 채권 애널리스트는 “S&P가 다른 신용평가사에 비해 증권의 신용등급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S&P의 시장점유율이 급속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느슨한 평가로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정부의 비난에 대해 S&P는 지금까지 비즈니스 이해와 상관없이 공정하게 등급 평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1년까지 모기지 채권 등급 평가 업무를 맡았던 데이비드 제이콥 애널리스트는 “직원들이 비즈니스 차원의 이해와 관련된 압박으로 인해 등급 평가의 기준을 변경했다”며 “시장점유율에 대한 압박이 등급 평가의 실무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무디스 및 피치와 함께 S&P는 서브프라임(비우량 등급) 모기지 증권에 대해 터무니없이 우량한 등급을 부여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미국 정책자들은 신용평가사와 월가 IB의 이해관계에 따른 부조리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최근 S&P의 움직임에서 보듯 근본적인 문제가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컨설팅 업체 아델슨 앤 제이콥스의 마크 아델슨 대표는 “월가가 위기 이전인 2007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