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무산 이후 뉴스핌과의 전화 통화에서
[뉴스핌=노희준 기자]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장의 취임식이 22일 노동조합 봉쇄에 막혀 무산된 가운데 이 행장은 취임식과 관련, "몇 번 더 시도하겠느냐"며 더 이상 취임식에 나서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장 |
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이 행장의 취임식이 노조 봉쇄에 막혀 열리지 못하자 오후 5시 30분께 사내 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내보냈다.
이러한 언급은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해 나가면서도 취임식과 같은 형식적인 것에 매달려 보다 중요한 업무에 대한 공백은 초래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부행장 등 임원 인사를 가능하면 빨리 단행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 행장은 "현재 인사에 대해 구상 중이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를) 빨리 하려고 노력하지만, 짚어볼 것은 다 짚어봐야 한다"며 신중하게 인사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금융권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부행장 및 본부장 등 임원 인사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조직 쇄신과 고질적인 '채널간 안배' 타파 등을 위해 이 부행장이 큰 폭의 '물갈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에는 KB국민카드 사장으로 선임된 심재오 전 고객만족 담당 부행장을 제외하고는 강용희 영업 담당 부행장, 김형태 HR 담당 부행장, 유석흥 IT 담당 부행장, 이득영 여신 담당 부행장, 이상원 WM 담당 부행장, 이찬근 기업금융담당 부행장, 이헌 경영지원 담당 부행장 등(가나다순) 모두 7명의 부행장이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성 부행장 인선 관측에 대해서는 "제 입에서 나간 얘기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서는 "(노조가) 언제든 이야기를하겠다고만 하면 언제라도 달려가서 한다"며 "일단 얘기하자는 것을 노조 측에 자꾸 전달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노조와) 앉아서 얘기하다 보면 (상황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행장은 이날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3시 45분께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나타났지만, 노조의 출입 봉쇄에 막혀 5분여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원 40여 명은 이 부행장이 국민은행 본점에 나타나기 전부터 스크럽을 짜고 은행 본관 정문에서 이 행장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노조원들은 "이건호 행장 내정 즉각 철회하라", "관치인사 이건호는 자신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노사가 대치하는 과정에는 노조측으로부터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달걀 투척도 있었다. 하지만 달걀이 이 행장의 몸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참 불행한 일이다. 경사스러울 날에 우리 식구들끼리 이런 모습을 보이게 돼서 참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마음을 열고 계속해서 대화 노력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이날 오전에도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첫날 정상출근에 실패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