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 전망 압도.. 안정성과 경제개선 주목해야
[뉴스핌=주명호 기자] 상반기 '변동성의 시대'를 경험했던 통화시장은 하반기 들어서 달러화 강세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비록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국채매입 축소가 예정된 것은 아니라며 연내 축소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있지만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을 뿐 출구전략이 시행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투자전문가들은 달러화뿐만 아니라 어떤 통화가 상반기 변동성을 견뎌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경제회복 전망과 맞물려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필리핀 페소, 신흥국 통화 중 유일하게 안정
미국 국채매입 축소 발언에 신흥국 통화들은 일제히 약세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 페소화는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성을 보인 통화다. 올해 상반기 신흥국들의 달러화 대비 환율 상승변화를 살펴보면 달러/필리핀페소의 움직임은 현저히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상반기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들의 절상 추이 |
필리핀 페소화가 안정된 이유는 외부 신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서다. BNP 파리바는 "필리핀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국 상품 수출이 아닌 외화송금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필리핀은 올해 1분기 7.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상황의 신흥경제국인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계속된 경상적자로 성장둔화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페소화도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지만 이번 약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절하가 장기적 관점에서 본 경제기반 요인보다는 단기적인 혼돈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5월 이후 페소화가치의 급락은 무차별적 매도 및 낮은 유동성의 결과"라며 "과잉반응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도 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페소화는 2007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25% 평가절상됐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3월 이후 달러/필리핀페소 환율 변동 |
◆ 유로화, 예상 외 강세 가능성
유로화가 예상과 달리 강세를 보일지 여부도 주목대상이다.
통화정책 축소가 결정된 미국과 달리 아직 유럽은행(ECB)이 경기부양책을 줄이겠다는 언급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보다는 경제지표가 나아질 경우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골드만삭스의 토마스 스톨퍼 환율 투자전략가는 유로화 강세를 전망하면서 "최근 달러가 국채매입 축소 논란으로 인해 덕을 보고 있지만 이는 한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까지 유로/달러가 1.4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로/달러는 1.30달러 선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달러 추이 |
유로존의 안정화에 대한 심리가 이전보다 개선된 점도 강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환율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이었던 달러화나 엔화보다 유로화를 더 보유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독일 경제의 부진한 움직임은 유로존 경제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찰스 듀마스 연구원은 "독일의 수출 약화로 유럽경제 침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투자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달러화 강세 속에서 유로화 및 엔화 등 주요 통화들이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엔에 대해서는 대부분 은행들이 100엔보다 상회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HSBC와 스탠다드 차터드는 각각 99엔과 97엔을 예상했다.
유로/달러의 경우 은행들의 평균 전망치는 1.27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은 1.37달러와 1.36달러를 예상치로 내놓아 유로화가 강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호주달러/달러는 최저 0.83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호주달러화 약세 지속 우려를 뒷받침했다.
주요 투자은행 환율 전망(7월 15일 기준) <출처 : 국제금융센터> |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