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이 주된 변수… 슈퍼사이클 종료? "아직"
[뉴스핌=권지언 기자] 올 상반기 대부분의 상품시장은 내리막을 타면서 ‘슈퍼사이클 종료’ 불안감을 고조시킨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품시장 투자자들은 ‘대박’ 아이템을 찾기 보다는 분산 투자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상품자산 별 수급여건을 주목하라는 지적이다.
상품시장 상반기 성적은 6.5%와 5%씩 오른 천연가스와 원유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꾸라졌다. 특히 은과 금 가격은 올 초 대비 각각 1/3, 1/4씩 줄어든 상황이다.
가격 약세가 이어지자 크레딧 스위스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슈퍼사이클 시대는 끝났다는 목소리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도 원자재 시장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신흥국 성장 둔화와 외국인 투자감소 등을 이유로 슈퍼사이클이 종료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슈퍼사이클, "아직 유효해"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장기적인 가격상승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며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자주 연출되는 만큼, 한 방향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연출할 ‘대박’ 상품 자산을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변동성에 맞춰 민첩하게 투자 대상을 갈아타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소시에테제네랄 선임 애널리스트 마이클 헤이그는 슈퍼사이클 동안 전반적인 상품 가격이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상품들이 각기 다른 시점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구 성장과 급격한 도시화와 같이 상품 가격을 끌어 올릴 주요 변수들이 유효한 만큼, 가격 상승 사이클은 앞으로 15~20년 정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경제 리서치업체인 BCA리서치는 유럽을 비롯해, 호주, 아시아 등 전반적으로 상품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상품시장에서 경기순환적 랠리(cyclical rally)를 한 발 먼저 예상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랭크 홈즈 US 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크레딧스위스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지난 5년간 그래왔듯이 개별 상품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내릴 때는 다 같이 내릴 것이란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개별 상품의 구체적인 수급 여건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별 1인당 에너지 사용 [출처:ETF시큐리티즈] |
◆ 신흥국 '인프라 잠재수요' 상당해
호주 금융회사 ETF 시큐리티즈의 경우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상품가격 장기 상승 요인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인구가 많은 이머징 시장에서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원 수요가 잠재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대부분의 상품들의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흥국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이 아직까지는 선진국 수준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신흥국 인구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에너지 사용량 잠재 증가 수요는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상품 및 자원 업체들 상당수가 노동자 파업사태, 세금 인상,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광산이나 상품 생산 비용이 궁극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코메르츠방크 상품리서치 대표 유겐 와인버그는 “최근 상품가격 움직임이 슈퍼사이클 종료를 시사하지만 종료보다는 ‘휴지기’에 가깝다”면서 “매년 2천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도시로 향하고 있고 이들은 상당한 인프라 수요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인베스터스의 프랭크 홈즈는 이 같은 상황에서 상품 가격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투자자들은 그때 그때 기회가 발생하는 상품을 찾아 재빠르게 자금을 옮겨 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승승장구 할만한 상품 자산을 구별해내기 보다는 현재의 변동성에 대비해 분산 투자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 상품가격, 대부분 박스권 예상
올 하반기 대부분의 상품 가격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유가의 경우 생산 호조에 따른 수급 안정으로 하방 압력을 받겠지만,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관련 수요 기대감도 자리하고 있어 가격 변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기후변화가 주요 변수다. 경작면적 확대 등으로 생산이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특히 옥수수의 경우 단기 가격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 전망은 약세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알렌데일은 중국의 옥수수 매입으로 단기 가격 반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후 여건이 작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전반적인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초금속의 경우도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국제금융센터는 수급여건이 다소 타이트해지고 숏커버링 가능성도 있어 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전체 수급에 여유가 있어 역시 가격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경우 지난 달 내놓은 올해 금속가격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구리와 철광석 가격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알루미늄과 니켈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S&P는 특히 구리의 경우 비교적 매력적인 수급 상황을 이유로 올해 가격이 파운드당 평균 3.3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공급 차질 상황, 남미지역 주요 광산들의 생산 감소 추세, 완만한 수요 증가세 등이 가격을 지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내년에는 3.10달러로 소폭 하락한 뒤 2015년에 2.70달러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크레딧스위스는 지난 달 보고서에서 귀금속과 일부 기초금속에 대한 가격 전망을 하향했다. 금의 경우 향후 1년 가격 전망을 종전의 온스당 1450달러에서 1250달러로, 은의 경우 온스당 20달러에서 17달러로 각각 내려 잡았다.
소프트원자재 상품 중에는 최근 원두가 주목받는 모습으로, 고급원두 ‘아라비카’ 주요 생산지가 몰려있는 중미지역에서 발생한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으로 지역 경제 타격은 물론, 세계 커피가격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