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기밀 해킹 강조 전략, 중국 "우리도 피해자"
[뉴스핌=우동환 기자] 오는 10일 제 5차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앞두고 미국 정보국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기업 기밀 해킹을 중요하게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상대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양국 전략경제 대화에서 미국은 기업기밀 해킹 등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의제를 제기할 예정이지만 스노든 사건으로 이 같은 전략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버안보 그룹 회동에서 미국 정부는 주로 기업 기밀 해킹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자기 정부의 스파이 행위에 대해서는 주목도를 낮추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무역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해 압박을 강화한 바 있다. 관련 소식통은 앞서 8일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가 중국 정부가 기업 지적재산권을 빼내기 위한 해킹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노든이 정보국의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폭로하면서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중국과의 대화는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관측이다.
앞서 스노든은 홍콩 체류 당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통신장비 등을 해킹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브루킹 연구소의 중국 담당 전문가인 케네시 리버살 연구원은 "최소한 미국이 안보 분야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중국 관료들은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은 스노든의 폭로 사건 이후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국가 간 스파이행위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 컴퓨터에 대한 해킹 행위를 분명히 구분해 대응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중국에서 정부와 기업의 구분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 사건의 여파가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이슈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리버살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의 핵심이 되는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도 이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사이버상에서 허용되는 행위에 대한 기본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경대학교의 자 칭궈 교수는 "양국은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공격 행위를 막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민간 및 군사 관련 분야 관료를 중심으로 사이버공간에서 규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존 케리 국무장과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4월 이와 관련해 미중 전략대화에 앞서 실무 그룹 구성을 발표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