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최근 중국어 상표명을 변경했지만, 시장으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최근 중국의 각 언론사에게 보도자료를 발송해 자사의 중국어 상표명을 기존의 바오티자(寶緹嘉)에서 바오데자(葆蝶家)로 변경했음을 알렸다.
소식이 전해지자 보테가 베네타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새로운 중국 상표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성이 주 고객층인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중국 상표명은 중국어 특성을 고려할때 여성적 색채가 매우 강하다”며 개명작업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는 “(한자는 뜻 글자이기 때문에)외국 기업이 자사의 상표를 중국어로 바꿀 때 시각적으로 보이는 뜻, 발음했을 때의 느낌과 연상되는 동음이의어 그리고 중국 문화의 특징을 잘 고려해야 한다”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지명도가 매출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중국어 상표’명에 관한 중국 소비자의 불만이 확산될 경우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테가 베네타의 중국어 상표 변경은 전략적 차원이 아닌 상표등록을 하지 않아 발생한 일종의 ‘사고’로 전해졌다. 최근 누군가가 중국 관계기관에 보테가 베네타의 중국어 상표명 바오티자(寶緹嘉)를 상표등록 하면서 이 회사가 더 이상 원래의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버버리의 중국 본토 상표명도 실패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홍콩과 대만에서 바바오리(巴寶莉)라는 중국 상표명을 썼던 버버리는 중국 본토 시장에서 보보리(博柏利)라는 상표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미 홍콩과 대만을 통해 ‘바바오리’에 익숙한 대다수 본토 소비자들은 ‘보보리’라는 이름이 오히려 낯설다는 반응이 많았다.
버버리 측은 홍콩과 대만에서 쓰이는 중국어 상표명이 다소 여성적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토에서는 보다 중성적이고 세련된 중국어 ‘이름’을 지었지만, 상표를 결정할 때 지명도와 소비자의 수용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세계적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드의 ‘개명’은 중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크래프트 푸드는 올해 7월부터 기존의 중국어 상표명 카푸(卡夫) 대신 이즈(億滋)라는 새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크래프트 푸드 글로벌 스낵 사업부문의 중국어 상표 로고 |
크래프트 푸드는 몬델리즈의 중국어 상표 변경을 알린 뒤 곧바로 중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중국어 상표 결정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크래푸트 푸드 측은 몬델리즈의 중국어 상표 ‘작명’을 위해 원상표명과 발음이 비슷하고 연상되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한자 1만 개를 대상으로 세 차례의 단어조합 작업, 세 차례의 문화검증 심사 그리고 3차에 걸친 법률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후보 상표명을 대상으로 회사 임원단의 투표를 통해 ‘이즈’가 탄생됐다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와 시장은 크래푸트 푸드의 심혈을 기울인 중국어 상표명 결정 과정이 중국 시장과 소비자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크래푸트 푸드가 몬델리즈 상표 도입과 홍보를 위해 약 10억~3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2012년 기준 크래푸드 푸드의 스낵 사업부문의 매출 40%가 신흥시장에서 발생했고, 그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시장전문가들은 상표 변경에 많은 비용이 들고, 제품의 이미지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어 상표명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할 것을 권유했다.
또한, 중국의 레노버(중국명 롄샹 聯想)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사용하려던 ‘Legend’가 이미 상표등록이 돼있어, 중국에서 19년 간 사용해온 ‘Legend’의 상표와 로고를 포기하고 ‘Lenovo’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 그리고 최근 보테가 베네타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상표명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를 거울 삼아,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중국어 상표명의 상표등록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