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버냉키는 왜?

기사입력 : 2013년06월28일 14:39

최종수정 : 2013년06월28일 14:47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요즘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다. 길게 보면 지난 2007년부터 시장은 죽 불안했다.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란 불안감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와 다르다면 다르다. 미국이 앞장서 전 세계 금리를 최저 수준까지 낮춰놓고 중앙은행들이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었는데 그걸 끝낼 순간이 찾아올 것이란 자각이 공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등 이름도 생소한 비전통적인 수단을 마구 쓸 만큼 경제 상황은 위태로웠다. 그건 경제가 정상 궤도를 돌기 시작하면 어차피 끝내야 할 정책이란 뜻도 갖고 있다. 그래도 갑자기 이유(離乳)해야 하는 순간에 닥친 아기처럼 시장은 불안하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왜 벤 S.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바로 '이 시점'에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길 했을까. 그것도 "경제가 회복된다면"이란 전제를 붙여서 얘기했으니, 따지고 보면 하나마나한 얘기를 한 셈인데. 왜 지금, 왜 그런 말을 꺼냈을까.

이 점에 대해선 추측만 분분하다. 나 역시 추측을 해본다.

벤 S.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출처=가디언)
첫째, 버냉키 의장은 '예고편'을 방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본다. 출구전략은 언젠가는, 경제 회복만 빠르면 언제든 바로 써야만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예고편을 주어 미래의 충격을 완충하려 한 것이란 생각이다.

버냉키 의장의 말을 돌이켜 보자. 지난 18~19일(현지시간)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현재의 양적완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의(?)를 빚은 말을 잘 돌아보자.

그는 "미국 경제가 전망대로 개선된다면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제가 개선된다면"이란 전제가 있다. 또 똑같은 전제를 붙여 이렇게 되풀이했다. "경제 회복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중반 양적완화를 중단할 것이다" "경제 성장률과 고용 상황에 따라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회복의 기준으로 보는 건 실업률 6.5%, 인플레이션율 2.5%다. 아직 실업률이 7.8%에 달하고 있고 물가 상승률은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로 볼 때 2%도 안되고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봐도 1% 밖에 안된다.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 실업률이 이렇게나 떨어지고 인플레율이 상승할 가능성 크지 않다.

그런데 이제 시장이 출구전략에 대해 생각하도록 학습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다. 공포도 대상이 분명하고, 반복되다 보면 정도가 덜해진다. 말하자면 출구전략에 따른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백신'을 미리 주사한 것이랄까. 그렇게 본다.

둘째, 퇴임을 앞두고 뒷마무리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FOMC 하루 앞서 PBS와의 인터뷰에서 묘한 말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벤 S.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상당히 업무를 잘 했다"면서 "버냉키 의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꽤 오래 머물렀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버냉키 의장이 교감을 한 뒤 나온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출처=이코노믹폴리시저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버냉키 의장이 더 머물렀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버냉키 의장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측근들은 버냉키 의장이 자신은 초유의 금융위기를 막아낸 지난 8년 동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생각이 확고하다면 백악관은 서둘러 후임을 정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27일 WSJ은 백악관이 버냉키 의장 후임 찾기에 돌입했으며, 후임으로는 민주당원이면서(버냉키 의장은 공화당원이다) 통화정책의 수장의 적임이 될 만한 경제학자들을 물색중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다. 워낙 비둘기파로 잘 알려져 있고 클린턴 행정부 때에도 경제 정책을 보좌하는 등 경험이 풍부하며 버냉키 의장과 함께 코드를 맞춰온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초기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도 거론된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재무장관도 했고 오바마 정부의 생각을 잘 읽는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관측이다. 연준 부의장을 지냈으며 연준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한 학자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 흑인인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대 교수 등도 물망에 오른다. 도널드 콘, 스탠리 피셔 등도 얘기되고 있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1순위로 원하는 사람은 티모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이지만 가이트너 전 장관이 워낙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의외의 인물이 낙점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보다 더 확실한 건 버냉키 의장이 임기 전에 연준을 떠날 가능성인 듯하다. 대개 7~8월쯤으로 점쳐진다. 앨런 그린스펀, 폴 볼커 전 의장 등이 첫 임기 때 선임된 것도 6월이나 7월이었고, 버냉키 의장 역시 2009년 8월에 임명됐다. 그런 전례를 보면 내년 1월31일로 임기가 끝나지만 버냉키 의장의 후임은 더 일찌감치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떠날 것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때 버냉키 의장 역시 출구를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례없는 무제한 돈풀기는 분명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다. 명예롭게 퇴임하기 위해선 자신이 해 온 것을 '업적'으로 만들고 싶지, '과오'로 만들 필요는 없을 터. 그래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연준의 비전통적인 행보를 거둬들일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본다면 '버냉키 쇼크'니 하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시중에 풀린 달러가 급격하게 마르고 특히 이머징 국가에 투자됐던 자금이 대이동을 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게 된다는 시나리오는 개연성은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가란 법은 없다. 미국 경제가 회복돼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이 늘어나 전 세계 경제에 활기가 도는 결과도 예상된다. 며칠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팔았다고 불안해하고 또다시 샀다고 좋아하는 모습도 안타깝다. 

정책 당국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런 외부 변동성은 불가피한 만큼 좀 더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오랫만에 '영원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스쿨 교수가 입을 열었는데 이런 맥락에서 한 번 들어봄 직하다.

P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치학자 이안 브레머(맨 왼쪽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스쿨 교수(가운데)
루비니 교수는 이안 브레머와 공동으로 한 인터뷰에서 핌코 빌 그로스가 얘기한 '뉴 노멀'을 인식한 듯 이제는 '뉴 앱노멀(New abnormal)' 시대가 됐다고 최근 밝혔다. 거칠게 요약하면 모든 시장의 가정에 의문이 들게 되고 현명한 투자자들도 어리둥절해 지는, 새로운 불확정성 시대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27일자 칼럼에서 이런 얘기를 더 풀어놨다. 

그는 상품,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위험자산이 조정을 받았던 최근의 상황이 일시적일 것인지, 아니면 약세장의 시작을 알릴 것인지는 연준의 양적완화 중단이 재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달려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진 않았지만 그는 변동이 심한(choppy) 경제, 변동이 심한 시장의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는 봤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위험을 피하려는(De-risking) 거대한 순환구조의 시작이라고 했다. 연준이나 이머징 국가들 중앙은행들까지도 양적완화를 접고 출구를 찾을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그러니 무시무시한 얘길 한 건 아니다. 버냉키도 변화를 예고했을 뿐 지금 당장 변화를 가져온게 아니다. 그러나 변화는 온다. 반복되는 예습들 속에서 진짜 변화는 슬그머니 찾아와 있을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