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의 얘기다. 벤 버냉키 의장이 언급한 자산 매입 축소를 시장은 당장 긴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금이 썰물을 이루면서 국채를 포함한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아직도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투자가들의 주장이다. 국채시장의 ‘팔자’를 잠재우려는 연준 정책자들의 발언은 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모르는 문외한들이나 할 소리라는 지적이다.
연준이 사실상 ‘출구’ 카드를 빼들자 배경을 놓고 벤 버냉키 의장의 퇴임부터 유동성 함정 리스크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연준의 속내가 무엇이든 시장의 패닉 없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미 전세계 금융시장은 통제가 힘들 정도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고, 연준 정책자들은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투자가들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더 이상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채 트레이더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팔기 전에 먼저 물량을 털어내는 데 사활을 걸 뿐이라는 얘기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27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이 연준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기 금리 상승은 아직 갈 길이 먼 얘기이며, 자산 매입 축소는 금리 상승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는 국채시장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자산 매입을 축소하면 국채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어느 트레이드가 현 상황에 국채에 롱포지션을 취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했다.
장기적으로 경기가 향상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 궁극적으로 금리가 오르겠지만 특히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응 방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연준이 국채시장의 단기 투자 세력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하며, 이들이 채권시장에서 롱 포지션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와 회사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 캐피탈 마켓 리서치의 존 론스키 이코노미스트 역시 “회사채 시장이 최근 국채시장보다 연준의 행보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며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연 2.5%의 성장률 달성 가능성과 연준이 자산 매입을 축소해도 될 만한 정당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연준 정책자들이 사태 수습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QE 축소에 대한 우려는 파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라 모기지 금리가 급등,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0년 고정 모기지 대출 금리는 이번주 4.46%까지 급등, 전주 3.93%에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번 상승률은 1987년 이후 최고치다. 15년 고정 모기지 대출 금리 역시 3.04%에서 3.5%로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