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부분만 가져올 수 있어"
[뉴스핌=노희준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지방은행·증권·우리은행 계열 등 자회사를 세 그룹으로 분리 매각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향후 KB금융이 어떤 스탠스를 내놓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그간 매각 방식과 관계없이 자천 타천으로 증권계열이든, 은행 계열이든 가장 유력한 잠재적인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26일 뉴스핌이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에게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에 따른 우리금융 자회사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결과, 현재 KB금융의 입장은 '분리 매각과 교보생명 등장에 따른 인수 부담 완화, 은행보다는 증권 인수에 관한 관심'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그룹 명동 본점 [사진제공=KB금융] |
이는 우리금융 전체를 사실상 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일괄매각의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325조7000억원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KB금융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민영화 관련해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유효 경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우리금융 분리 매각 가능성에 따라 은행 등 주요 계열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은행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경영진의 분위기는 KB금융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A 사외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괄매각하면 부담도 되고 필요치 않은 부분도 있지만, 분리매각하면 필요한 부분만 가져올 수 있다"며 "분리매각이 KB쪽에는 좋은 기회라고 집행부나 이사회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B금융이 우리금융 계열사 인수에 나선다면, 현재로서는 우리은행보다는 증권계열 인수에 무게가 실린다.
앞의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비은행쪽을 계속 보강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비은행쪽에서 좋은 기회와 물건이 있으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비은행을 은행보다는) 조금 더 전향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명확하다. 관심이 없다"면서 "매각 절차도 증권부터 나오기 때문에 증권부터 보지 않겠느냐, 다만, 그걸로 끝날지 은행까지 볼 것인지는 (나중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인수 여부는 일단 증권계열에 대한 인수 상황 등을 보고 결정한다는 얘기다.
KB금융의 '은행 쏠림' 현상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실제 KB금융은 은행, 카드, 증권, 생명, 자산운용 등 10개 자회사를 갖고 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그룹 당기순이익과 총자산에 차지하는 KB국민은행 비중이 각각 72%, 77%에 이른다.
은행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KB금융 입장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은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으로 대우증권에 이어 2위인 데다 IB금융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KB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그룹이나 업계에서의 위상은 미미한 수준이다.
A 사외이사도 "지방은행은 (인수 대상이) 아니고 둘 중(증권, 은행) 하나에는 입찰에 들어갈 것 같다. 일단 증권은 상당히 KB가 시도(트라이)해볼 만 하다"며 "증권이 우리한테 필요한 부분이고 은행은 구조조정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B 사외이사도 "KB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문제에서 증권이 빈약하다 보니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후에 우리은행은 여러 가지 여건을 잘 검토해야 한다"면서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입장도 나온다.
C 사외이사는 "비은행을 강화한다는 것은 구색을 갖춘다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이익이 안 났을 때 비은행이 서로 보완해서 이익을 나게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증권업이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상황에서 돈 주고 그 어려운 경영을 왜 해야 하느냐. 증권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투가 증권사에서 리딩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사외이사는 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분리매각으로)옛날하고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른 여러 가지가 끼어있을 때라면 한다고 하겠지만, 지금 시나리오에서 은행을 누가 사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신중한 의견을 나타나는 사외이사도 있었다. D 사외이사는 "현재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제 나온 안에 따라 경영진에서부터 검토를 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