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국회 피켓 항의 재논의 들어갔지만…
[뉴스핌=함지현 기자]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제한적 장외투쟁'을 일단 선언해 놓고는 구체적인 행동 방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제한적 장외투쟁'이란 6월 임시국회가 열려있는 국회는 국회대로 굴러가도록 하고 장외투쟁은 투쟁대로 따로 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게 당내 해석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전면적 장외투쟁을 많이 요구하기도 하지만 6월 국회에 쟁점이 많고 을의 문제까지 걸려 있어 국회는 유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이 여야 간 기존 합의를 뒤집는 식이니 장외투쟁도 안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즉 '을'(乙)을 위한 6월 국회를 이미 선언해 놓은 상황에서 국회를 포기할 순 없지만 국정원 사건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아 두 가지 모두를 숙제로 삼은 것이다.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장외투쟁의 대응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국정조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발에 기인해서 장외투쟁 얘기가 시작된 만큼 새누리당의 향후 반응이 대응수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은 20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 촉구의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해 2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피켓 항의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가 다시 재논의에 들어갔다.
결정 이후 여야 원내대표가 회담을 갖고 '여야 전임대표가 기 합의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관련 국정조사는 6월 임시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좌)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우)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민주당측 한 관계자는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자는 목적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것인데 어쨌든 성의를 보인 것이니 내일 집회는 유보되는 분위기"라며 "당 차원에서 계속 논의 중이고 당 지도부에서 결심이 서면 새누리당의 요청에 화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계단 앞은 국회로 보며 피켓시위를 하더라도 '장외 투쟁'으로는 볼 수 없다며 새누리당의 반응은 진전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피켓 시위는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6월 임시국회 처리 '노력'이란 사실상 수사에 불과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최근 여야 의원 간 폭로와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데 따른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명목은 세우되 시간은 끌 수 있도록 이 같은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정조사 불발로까지 이어진다면 수위 높은 장외 투쟁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여야 간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강은희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사건은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유무,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여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매관 공작 여부 등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며 기존의 주장을 재반복했다.
이에 배재정 대변인은 "우리는 여야 합의정신을 살리기 위해 (피켓 시위를 할지 말지)고민하고 있는데 여당은 합의정신을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의 대응에 따라 제한적 장외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려는 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은 지난 19일 의총에서 제안된 현수막 게시나 당보 발간 등은 실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