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가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의 무게감이 크게 축소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제외되는 양상이다.
인플레이션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이 상당 기간 설득력을 얻은 가운데 최근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에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1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원금과 이자를 분리한 후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스트립스(STRIPS)의 판매 규모가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STRIPS는 인플레이션 상승에 가장 취약한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로,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이를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하자 STRIPS에 대한 베팅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5월 말까지 월가 투자은행의 STRIPS 투자 비중은 4.8% 늘어난 2302억달러에 달했다.
콜럼비아 매니지먼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프랭트 살럼 펀드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이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는 데다 쏠쏠한 실질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STRIPS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캘런 어소시어츠의 켈리 클리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금리의 매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STRIPS이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이 40명의 투자가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플레이션을 리스크가 가장 낮은 항목으로 꼽았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완만한 상승 추이를 지속하고 있고,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상승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자가들은 STRIPS의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닝의 리치 세가 최고투자책임자는 “금리가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P 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숀 쿠리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머니 매니저들 사이에 STRIPS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점차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