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입지 만 내세워 고분양가 책정..장기 미분양 이어져
[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시장도 여전히 기를 못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분양시장을 더욱 움츠리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분양가다.
특히 입지여건이 검증 안된 단지의 분양가격이 높으면 여지 없이 입주 후 미분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악성 미분양'을 결정 짓는 잣대가 고분양인 셈이다.
10일 주택분양 업계 및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에 비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분양 단지는 미분양 해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 장기화 탓에 비싼 아파트가 수요자들의 인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동부건설이 지은 주상복합아파트 가운데 3분의 1 가구는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입주한 이후 오피스텔은 입주를 마쳤으나 아파트는 미분양 상태인 것.
미분양의 원인은 높은 분양가다. 이 단지 전용 145㎡ 아파트의 분양가는 14억3000만원 선이다. 근처 주상복합아파트인 중구 남대문로 남산트라팰리스 전용 148㎡ 시세(13억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용산구 한강로 시티파크 시세와 비슷하다. 시티파크는 일대 랜드마크 단지다. 용산가족공원에 인접해 파크타워와 함께 고급 주상복합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GS건설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공급한 아파트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로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 이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700만원 선. 전용 84㎡는 5억4000만~6억1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가양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평균 1169만원이다. 가장 비싼 아파트도 1410만원 선이다. 지역 내 아파트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가량 높다. 올 가을 입주를 앞두고 여전히 분양중이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고급 주거지역이 아닌데도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강남권에 분양한다며 주변 시세에 비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아파트는 대부분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례신도시도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현대엠코의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3.3㎡당 17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 아파트는 1·2순위 청약접수에서 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실시된 엠코타운 플로리체 계약에서 초기 계약률은 76%였다. 최근 시장 상황에 비하면 높지만 수도권 분양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는 판교 정도의 위상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분양시장 분위기로 3.3㎡당 1700만원은 높은 분양가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