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이행보증금 낮잠..해운업계 ‘조속반환’ 한목소리
[뉴스핌=김홍군 기자]현대그룹이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때 채권단에 납부한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장기불황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이 2년 넘도록 은행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국내 2대 선사인 현대상선은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자금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우선주 발행한도를 추가했고, 4월에는 1천300억원 대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자산 유동화 작업도 진행중이다.
국내 해운사의 자금난은 현대상선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3대 선사인 STX팬오션은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했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선복과잉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유동성이 악화돼 매각을 모색하다 결국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국내 4위 선사인 대한해운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상당수 해운사들도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8년 1만1000대에 육박하던 BDI지수(발틱건화물지수)는 최근 800대 선에 머무는 해운경기는 바닥을 헤메고 있다.
현대상선이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건설 이행보증금 반환이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한 목소리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0년 11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자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대납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조달하기로 한 자금의 성격을 문제 삼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고, 이행보증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2011년 11월 이행 보증금과 손해배상금 500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행보증금과 손해배상금을 합쳐 3255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공중에 떠 있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해운업이 어려운 시기에 3000억원은 현대상선이 이번 해운업 불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재도약의 발판을 삼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이행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0여 차례의 증거심리를 거쳐 이달 들어서야 현대그룹과 채권단 양측이 최종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빨라야 7월 중 판결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국의 해운업은 중요한 기간산업이고, 3000억원의 자금은 지금과 같은 해운업 불황인 시기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며 "글로벌 선사들과 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기 않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돌려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해운사들이 유동성 악화로 뒷걸음질 치고 잇는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지난해 1만833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으며 중국의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CSCL)도 지난 5월 사상 최대 규모인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30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제출키로 한 건의문을 통해 " 경기침체와 중국업체 부상 등으로 연쇄도산 위기에 직면한 조선업과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