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바람피운 연인에게 헤어짐을 고하던 날 부모님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전해 들은 앵두(류현경).
그는 무작정 세계 일주를 떠나버린 부모님을 대신해 오랜 절친 소영(하시은), 윤진(강기화), 나은(한송희)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이렇게 동거를 시작한 지도 어언 5년. 변한 건 없다. 다만 어리진 않지만 여전히 삶이 버거운 스물여덟이 됐다.
영화는 마냥 어른일 줄 알았던 20대 후반, 아직도 일과 사랑이 불안한 또래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하린 감독은 현실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네 주인공의 아픔을 통해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위로한다.
하지만 방황하는 ‘평범한’ 20대 후반에 타깃을 두고 현실을 간과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로또 1등 당첨, 5년째 밥걱정 없이 글만 쓰는 작가 지망생,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는 사랑과 이별 등은 칙릿(chick-lit) 장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랑보다 불투명한 미래를 감내해야 하는 ‘진짜’ 스물여덟에게 영화 곳곳에 묻어있는 동화적 판타지는 되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대개의 20대 후반이 어린 시절 막역하게 꿈꿔온 ‘완전한’ 모습이 아니기에 우리는 이들의 실패와 무너짐에서 무언의 치유를 받는다. 방황해도 고민해도 괜찮다고. ‘앵두야 연애하자’가 성장통을 겪고 있는 또래 여성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