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4~8% 이자, 저금리시대 새 투자처 가능성
[뉴스핌=우수연 기자] 1년 만기 정기적금 이자율이 연 3%대인 시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예금금리는 더욱 낮아졌고, 이제는 안정적인 투자를 넘어선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추구해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최근 회계상 '부채냐 자본이냐'하는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자본으로 결정된 하이브리드채권이 저금리 시대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하이브리드채권이란 은행이나 기업들이 주로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말한다. 투자자에게 기한없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소위 '영구채'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적으로는 발행사가 되사갈 수있는 권리인 콜옵션이 붙어 발행되기 때문에 영구한 채권은 아니며, 투자자들은 3개월에 한번씩 이자를 받고 5년 후 혹은 10년후에 발행사에 되팔면 된다.
5년만기 국고채 투자시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인 연 2.75%와 비교하면 은행 하이브리드채권은 적게는 4%대에서 많게는 연 8%까지 높은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발행기관이 부도위기에 처했을때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는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 은행 하이브리드채권, 2013~2014년 차환 발행 가능성 높아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월 1일부터 은행의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바젤Ⅲ'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바젤Ⅲ가 도입돼 발행규정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영구채의 신규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비율(BIS)을 늘리거나 차환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은행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2월 이전에 은행권의 하이브리드채권 선발행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올해 전에 발행된 하이브리드채권은 주로 5년 후 콜옵션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때 고금리로 대거 발행됐던 은행권 하이브리드채권의 만기가 올해와 내년 중 돌아올 예정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에는 1조1000억원, 2014년은 3조2000억원 규모의 은행 하이브리드채권 콜옵션 행사가 예정돼있다.
5년전 금리와 현재 금리대를 고려한다면 은행은 이 영구채권을 차환 발행해 조달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중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은행 하이브리드채권은 부산은행(2300억원)을 시작으로 신한은행(5600억원), 2014년 중에는 경남은행(1160억원), 대구은행(4000억원), 신한은행(1조원), 외환은행(2500억원) 등 많게는 4조3000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이 차환 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NH농협증권 이경록 연구위원은 "만기가 도래하는(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물량에 대해서는 반드시 차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이 부실대기업들 대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 4월 발행된 우리은행의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4.4%, 경남은행의 600억원은 4.75% 수준에서 발행됐다. 국고채 10년 대비 가산금리가 150bp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새롭게 차환 발행될 은행 영구채의 수준도 이와 비슷한 4%대 중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5년만기 정기적금이 3%대이고 7년만기 재형저축 금리가 적게는 3%후반에서 많게는 4.3%대임을 생각할때 여전히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금리대다.
◆ 개인들도 하이브리드채권 투자 가능할까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2년 아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은 23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 채권의 대부분은 싱가포르의 고액 자산가들이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하이브리드채권에 투자할 수는 있다. 다만 아직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증권사가 은행이 발행한 하이브리드채권을 리테일 목적으로 인수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기관이 인수하고 남은 여분의 채권을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일반 공모로 발행된 하이브리드채권은 발행 규모에 따라 기관 수요가 미달이라 하면 다른 투자처라도 팔아야 할 것이다. 다만 워낙 기관들이 선호하고 물량이 적다보니 개인들한테까지 여분이 돌아올지는 확실치 않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채권 자체도 자본으로 인정받은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10년 콜옵션을 적용했을때 분리과세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회계적인 해석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증권 박태근 차장은 "투자가 실제로 불가능하지는 않아서 최근 관심이 있어 하는 투자자는 많다. 다만 회계적인 처리를 명확하게 해야하는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채가 유동성이 좋은 편이 아니고 금리가 높은 후순위채 성격이 강한 채권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장기보유가 가능한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금리는 매력적이나 개인투자는 아직 과도기
국내에서도 이미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창구에서 하이브리드채권을 판매해 히트를 친 적이 있다. 2009년 부산은행은 발행사가 직접 창구를 통해 하이브리드 채권을 판매해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바젤Ⅲ가 시행되고나면 발행사가 직접 판매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사태에 이어 당국에서도 고위험 채권을 발행사가 직접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는 분위기다.
부산은행 자금증권부 김경식 차장은 "바젤Ⅲ가 시행되면 앞으로는 창구에서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사가 판매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구채가 금리는 높지만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부분이 있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금융감독원에서 개인에게 직접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발행사의 신용을 절대적으로 믿는 개인들 중에는 이에 대해 반박하시는 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영구채 투자가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지만 발행사의 신용만 보장된다면 저금리시대에 새로운 투자처로 매력적인 상품임에는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