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엉성하게 만든 작품이 난무하는 데다 저작권 침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여전히 낙후된 수준으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중국이 한 해동안 방영 시간이 총 20만분이 넘는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지만 연간 총 생산액이 800억 위안(약 14조원)으로 미국 월트니즈니의 3분의 1도 채 안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반면 중국보다 훨씬 적은 연간 1만분 가량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프랑스는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동안 애니메이션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정부도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작품의 질과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관련 지원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의 대다수 성(省)정부가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특별 지원 정책을 시행하며 보조금 지급, 세금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는 지방 방송국에서 방송되는 전통적인 2차원 애니메이션에 분당 1000위안, 3차원 애니메이션에는 분당 2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 보조금 액수가 최대 300만 위안 (약 5억원)에 달한다.
정저우시는 또 중앙 방송인 CCTV에서 방영되는 2차원 애니메이션과 3차원 애니메이션에는 이 보다 많은 각각 분당 2000위안, 4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애니메이션 업체가 수령할 수 있는 보조금은 최대 500만 위안(약 9억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타가기 위해 억지로 분량 늘리기에만 급급해 엉성하게 만들어진 작품이 전반적으로 중국 애니메이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전환하자 지난해 제작된 중국산 TV애니메이션은 전년보다 40편이 줄어든 395편으로 제작 분량도 총 22만여 분으로 전년대비 15%가까이 축소됐다고 남방도시보는 전했다.
하지만 중국 의류 업체인 썬마(森馬, Semir)를 비롯한 상하이 최대 출판사 세기(世紀)그룹 등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애니메이션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월트디즈니의 전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아이스너 등 업계 전문가들이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미국의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매년 2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향후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 시양양후이타이랑(喜洋洋灰太狼). |
이에 중국 인기 애니메이션 시양양후이타이랑(喜洋洋灰太狼)의 제작자는 "애니메이션 업체 수익의 60%가 파생상품 판매로 부터 얻는 것인데 많은 상품들이 심각한 저작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짝퉁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상가 임대료나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무조건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해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방송사에 방영권을 판매해 수입을 얻는 길 밖에 없지만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구매하는 방송사는 30곳도 채 안되 경영 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이 제작자는 덧붙였다.
한편 중국문화보(中國文化報)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는 4만2000개로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최소 1000억 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