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등 삼성 부품 구매 확대할 듯
▲박병엽 팬택 부회장 |
22일 팬택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로부터 팬택의 총 발행주식 10%(5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후 팬택의 지분 구조는 산업은행(11.81%), 퀄컴(11.96%), 삼성전자(10.03%)로 삼성전자가 팬택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투자유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박병엽 부회장의 발상 전환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팬택의 점유율 격차가 크고 주력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국내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는 팬택을 생존이 위협당하는 수준까지 내몰 정도였다.
이런 배경에서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을 겨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 휴대폰 산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제품을 잘 만들긴 하지만 그 이상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대기업들과의 마케팅 경쟁이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이번 투자유치는 박병엽 부회장의 발상 전환으로 이뤄졌다"며 "부품 부문의 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얻어낸 투자유치"라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 협력 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완제품 부문에서는 경쟁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투자유치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래선 보호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 간 팬택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배터리 등 8116억원의 부품을 공급받았다. 삼성이 최대 거래선인 셈이다. 지난해에도 팬택은 2353억원 상당의 부품을 삼성으로부터 조달했다
이번 투자유치로 삼성과 팬택의 부품 협력 관계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채용해왔던 팬택이 삼성전자의 AP를 쓰는 등 부품 구매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G 등 삼성의 경쟁관계인 회사들의 부품 구매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팬택이 출시한 전략스마트폰 '베가아이언'의 AP는 퀄컴, 배터리는 LG화학, 패널은 일본 회사 제품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해 박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력, 상품력을 갖고 있는 팬택을 삼성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엔저 등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밝혔다.
팬택은 투자유치로 마련된 재원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추가 자금 유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부회장은 주총에서 "지난 해 적자경영을 타개하기 위해 목숨걸고 최소 1000억~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주주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