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하는 정익환 감독의 ‘미나문방구’는 관객들을 아련한 유년시절 추억으로 안내한다. 주인공이 미워해마지 않는 낡아빠진 ‘미나문방구’가 배경이다. 연필, 지우개, 도화지, 책받침, 혼자서 앉기도 버거운 오락기계에 쫀디기, 달고나 까지. 비좁은 공간 안에 놀고먹을 게 넘쳐났던 그 시절 문방구는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한 웃음을 준다. 참새처럼 떠들고 몰려다니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꼬마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도 즐겁다.
영화는 문방구 판매에 ‘올인’한 미나와 모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강호(봉태규)의 시선으로 요즘 아이들을 조명한다. 왕따, 가난, 부모의 무관심, 대화 부재 등 아이들이 겪는 마음 속 상처가 106분 영화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여기에 아버지와 번번이 대립하는 미나가 부정을 깨닫고 눈물짓는 장면에서 코끝 찡한 감동도 선사한다. 영화는 요즘 트렌드로 자리한 부성애 코드와 연결돼 있다.
코믹연기도 곧잘 하는 최강희는 거의 영화를 원톱으로 끌고 나간다. 문방구를 바라보는 미나의 심리변화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 왁자한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다가도 한순간에 찍소리 못하게 제압하는 '다중이' 연기가 눈에 딱 들어온다.
다만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흐르다 보니 아무래도 임팩트가 달린다. 연기를 빼놓고 생각하면 이따금 허전하다. 작품 속 웃음과 감동이 추억에 너무 기댄 건 아닐까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눈높이를 유년시절 추억여행으로 맞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느긋하게 앉아 어린 시절로 여행을 떠날 생각에 웃음꽃이 절로 피는 관객이라면 이만한 영화도 없겠다 싶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