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약세 기조, 당분간 지속된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일본증시 닛케이 225 지수가 지난 7일 약 5년만에 1만 4000을 넘어섰다. 지난 해 11월 저점 8619에서 불과 6개월만에 무려 64.5% 급등한 것.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국과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윤전기로 찍어낸 돈을 헬리콥터로 뿌린다는 양적완화 정책에 전세계 돈들이 흥분하고 있는 것. 이에 양국 증시는 하루가 멀다하고 최고가를 경신중이다.
◆ 日증시로 매수세 급증
일본증시 급등의 배경은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효과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신정부 출범 이후 엔화 약세로 정책 방향이 바뀌자 급등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매매 거래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성제 리딩투자증권 해외주식영업팀 과장은 "최근 엔화약세 움직임으로 일본 증시가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를 불문하고 거래가 활발하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회사를 통한 일본증시 투자금액은 지난 1년간 1억~2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20억~3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도요타자동차 등 수출주와 미쓰비시UFJ 은행 등 금융주를 선호한다. 또한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에 대한 주문이 많은 상황이다.
우성재 과장은 "과거에는 한번 주식을 매입하면 중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두차례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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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低로 환차손 '주의보'
일본 주식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보다도 환차손이다. 엔저가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대를 돌파할 경우 의외로 약세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도요타자동차의 주식을 매수해 5개월 여만에 40%의 평가차익을 올린 투자가가 지금 매도하고 원화로 환수한다면 수익은 생각보다 적어진다. 이 기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0엔대 초반에서 99엔대까지 상승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2월 3일 100엔당 1318.64원이었으나 지난 7일 마감가는 1099.51원으로 약 16.7% 하락했다. 따라서 이 투자자는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 16.7% 정도를 제외하고 대략 23.3%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중장기 투자자는 엔저 효과에 따른 투자자산 변동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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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일본증시에 대한 중장기 투자자의 경우 엔화약세 흐름으로 인한 환차손의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
◆ 엔화 약세, 당분간 이어질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강세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엔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수출주 쪽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의 예로 볼 때도 한번 엔저 움직임이 시작되면 몇년씩 지속되는 중장기적 흐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진은정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일본 증시는 엔저정책로 인한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된 부분이 있다"면서 "향후 경기회복 등 펀더먼털이 뒷받침되는 것이 확인되면 비로소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엔저기조는 유효하다"면사 "하지만 향후 사안에 따라 속도조절 형태로 반영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 수출·내수 섹터별 차별화 '주의'
일단 일본 엔화 절하 효과는 내수보다는 수출 업종 쪽에서 당장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은 본격적으로 좋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생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엔저로 탄력을 받은 일본기업들의 수출경기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수출 물량도 확보돼야 하는데 일본의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회복세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또한 엔저 정책으로 인해 가계 부문의 구매력도 이전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부담으로 내수 관련주들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
◆ 日기업들 체질개선 주목해야
일본경제에서 수출과 내수의 비중은 30대 70으로 수출에 비해 내수의 비중이 훨씬 높다.
따라서 엔저 효과로 인한 수출업종의 수익성 회복은 경제 회복의 물꼬를 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절해 보인다. 따라서 아직 회복세가 내수 경제로까지 전환이 되려면 시일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최근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에는 엔화절하의 측면도 있지만 이 보다는 일본 기업들의 체질이 개선된 것이 더 크다"면서 "앞으로도 일본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나거나, 설사 엔저 상태가 다시 엔고로 반전된다 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은 경쟁력 저하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한 "일본 증시는 지난해 말에 비해 55% 가까이 올랐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저평가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명확한 시그널을 주고 있어 일본증시에 대한 관심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