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미 50bp 내려. 이제 정부 차례"
[인도 델리=뉴스핌 김선엽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와의 엇박자 논란에 입을 열었다. 모두가 동시에 똑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엇박자'라고 단정적으로 판단하지 말아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올 초부터 여러 차례 정책조합(policy mix)을 언급한 것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획재정부에게 ‘당신의 차례(your turn)’임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난해 이미 완화(easing)를 시작했으니 이제는 재정부가 나설 때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16차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정부와의 경기 전망에 있어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 "제 눈에 안경이다. 자기 눈대로 보는 것. 미인은 보기 나름이란 속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엇박자라고들 하는데 그럼 늘 동시에 움직여야 된다고들 생각을 하는 것이냐"며 "단정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같이 가는 것은, 동시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연초부터 '정책조합(policy mix)'을 언급했기 때문에 4월에 기준금리를 인하 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합이란 것은 믹스다.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과 10월에 걸쳐 50bp 내렸다. 굉장히 큰 것이다.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미 작년에 50bp나 인하했기 때문에 한은은 이미 소임을 다 마쳤고 반대로 정책공조의 강조를 통해 재정부에 재정확대의 필요성을 던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나는 1년 걸리는 것(인하의 효과)을 깔아놨으니까, 이제 (재정부) 네 차례다(now it's your turn)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필요성을 던지고 있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총재는 "바닥을 향한 경주(race to the bottom)를 지금 한은도 하란 것 아닌가. 기업도 싼 이자를 원하고 빚진 사람도 싼 이자를 원하니까. 그런데 가서 돌아온 국가가 없다. 그 나라들은 기축통화이니까 안 돌아와도 되지만 과연 원화를 쓰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럼 어디로 가겠는가. 우리는 매우 긴장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게 프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전망의 어려움과 자가당착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내가 100% 맞았다고 하면 안된다. 전망은 틀릴 수도 있다. 전망하는 것만큼 부담을 갖는 일이 없다. 0.1%p 갖고 이야기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집에 제사 자주오듯 자주 전망하는데 매일 앉아서 틀린다고 하니 누가 하려고 하겠나"라며 "그래서 전에는 12월, 4월, 7월 했는데 내가 (네번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5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3일 ADB총회 총재 기자간담회시 총재가 언급한 내용은 기사내용과는 달리 지난해 7월 이후의 정책금리결정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설명하면서 정부와의 정책조합(policy mix)의 필요성을 표명한 것으로 향후 통화정책방향과는 무관하다"며 "한은은 앞으로도 경기동향과 제반 경제여건을 감안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