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이폰 판매가 시들해진 가운데 애플이 채권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전날 발행한 회사채가 뜨거운 인기몰이를 한 것. 신형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 개시 며칠 전부터 텐트족이 영업점 주위에 포진하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 채권시장에서 연출됐다.
발행에 앞서 투자가들이 예상한 것처럼 발행시장에서는 물론이고 유통시장에서도 강력한 ‘사자’가 몰리면서 수익률을 초저금리 수준의 발행금리 아래로 끌어내리는 양상이다.
특히 회사채 매수세는 지난해 9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주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 사이에 애플의 향후 수익성 전망이 악화되고 있지만 채권 시장의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를 꺾어놓지는 못했다.
1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행된 170억달러 규모의 애플 회사채가 유통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발행시장에서도 애플이 목표한 금액의 세 배를 훌쩍 넘는 투자자금이 몰린 데 이어 유통시장에서 애플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자금이 홍수를 이루면서 이날 장중 10년 만기 회사채의 국채 수익률 대비 프리미엄은 0.73%에 거래, 발행 금리인 0.75%를 밑돌았다. 5년 만기 회사채 프리미엄 역시 발행 당시 0.40%에서 0.36%로 내렸다.
마켓액세스에 따르면 10년물 애플 회사채는 이날 채권시장에서 손바뀜이 가장 활발했다. 그밖에 5종의 회사채 역시 거래 규모가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중앙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QE)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밀물을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브린 마워 트러스트의 매리 타부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통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첫날부터 애플 회사채 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사실 발행시장에서 애플 회사채 가격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아니라 시장의 예상보다 발행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 타부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월가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새롭게 발행되는 회사채 매입을 핵심 전략으로 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기존의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애플은 전날 10년물 고정금리 채권을 2.415%에 55억달러 규모로 발행했고, 30년물을 3.3883%에 30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