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인생의 갈 데까지 간 사람을 지칭하는 말. ‘막장’의 사전적 의미다. 영화 ‘고령화가족’을 다른 말로 정의하자면 바로 이 ‘막장’들의 집합소다.
주먹으로 별도 딴 빈대 백수 첫째 한모(윤제문),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 둘째 인모(박해일), 지나친 연애감성으로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막내딸 미연(공효진), 그리고 엄마 미연을 똑 닮은 되바라진 중학생 민경(진지희)과 자식농사에 대실패한 엄마(윤여정)가 바로 ‘고령화가족’의 구성원들이다.
언제나 폭력으로 가득한(?) 막장 가족에게 육두문자는 애교에 불과하다. 이들은 방귀 냄새, 고기 한 점에도 가차 없이 살 떨리는 육탄전을 벌인다. 이렇게 툭하면 치고받는 가족이지만 공공의 적이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서로 나서는 세 남매의 모습은 경찰보다 빠르고 마징가제트보다 용감하다.
송해성 감독은 거칠지만 의리 있는 세 남매와 언제나 따뜻하게 자식들을 맞아주는 엄마를 통해 형제애와 모성애를 동시에 그려냈다. 그리고 그 속에 “엄마라는 존재, 즉 집으로 돌아감으로써 자신을 재충전하고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았다.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유일무이한 요소다. 관록의 여배우 윤여정부터 연기파 배우 박해일, 공효진, 윤제문. 여기에 충무로 유망주 진지희까지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특히 이들의 연기 앙상블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극의 활력을 높인다.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소설가 천명관의 원작 속 캐릭터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던 송해성 감독의 자신감은 되레 겸손이 돼버린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캐릭터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가족’이란 절대적 가치가 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듯 영화는 급격히 따뜻해지며 뻔하게 흘러간다.
영화의 등급 또한 아이러니다. ‘고령화 가족’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물론 처음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가족’이란 소재가 보기 좋게 포장되며 그야말로 ‘운 좋게’ 15세 관람가로 낮춰진 것이다.
그러나 극중 선정적인 욕설과 섹드립(?)은 어쩐지 가족영화의 탈을 쓴 성인 코미디물에 가깝다. 시도 때도 없이 빵빵 터지는 설정과 유머러스한 상황이 즐거움을 주나 내 자식이나 동생, 그야말로 내 어린 ‘가족’이 본다면 뜯어말리고 싶은 ‘가족 영화’인 셈이다.
진부함을 가리기 위한 선정성, 그리고 이 선정성을 감추기 위한 따뜻함의 억지스러운 조합은 과유불급이 아닌가 곱씹어보게 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