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조3000억달러를 웃도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에도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채 가격이 급락, 수익률이 치솟을 경우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고,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는 여지가 낮아진다는 것이 연준 정책자들과 투자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엄격하게 통제되는 인플레이션이 결코 반길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저조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경고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연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어 연준이 부양책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물가 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목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다. 이는 탄탄한 경제 성장률과 고용 개선 및 임금 상승을 동반할 때 가장 이상적인 물가상승률로 평가된다. 매크로 경제가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는 얘기다.
반면 실제 물가는 전년 대비 1.3% 상승에 그치는 실정이다. 시장은 일단 연준의 양적완화(QE) 조기종료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호재라는 데 입을 모았지만 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버나드 보몰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3%선까지 상승할 때 경제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며 성장을 이뤘다”며 “인플레이션이 저조하다는 얘기는 매크로 경제 성장이 저조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의 문제점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리기 힘들고 이 때문에 비용 감축에 주력하게 된다. 고용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이 저조할 때 소비자들은 지출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지면서 기업 매출을 압박하게 된다.
또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리스크가 더욱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저인플레이션은 통상 임금과 기업 매출 성장의 부진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의 엘런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연준 정책자들의 발언 가운데 불러드 총재의 언급이 가장 흥미롭다”며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흐름을 지속할 때 연준 내부의 다른 매파들이 불러드 총재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