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화두를 풀어가면서 가전업계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과 LG, 두 쌍두마차가 양분하던 국내 가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파이를 갖고 있는 업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어서다.
물론 삼성과 LG의 가전시장 과점체제는 시장경제 내에서 신기술과 마케팅 등 경쟁력이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일각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화두와 맞물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소수의 회사가 특정 산업을 독과점 형태로 장악하면서 새로운 기업의 진출이 어려울 뿐 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의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암묵적이거나 비암묵적인 가격담합이 일어나 소비자가 실질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삼성 아니면 LG 밖에 없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시장은 사실상 삼성과 LG 두 회사의 복점(duopoly)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냉장고와 TV시장에서 심각하다. 냉장고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판TV시장에서는 이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94.7%로 압도적이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재벌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며 “ 백색가전 대부분을 S사와 L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독과점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가격담합이 일어나게 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혈경쟁을 하고서는 이를 메우기 위해 다음에 출시되는 제품의 가격을 올려 잡는 경우는 있었다”며 “가격담합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경쟁사의 가격을 보고 가격을 결정하다 보니 비슷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 정부대책, 마이너업체들에 기회될까?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정부는 징벌적손해보상제도, 집단소송제도의 확대 적용,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징벌적손해보상제도는 기업에 엄청난 규모의 피해보상액을 적용함으로써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법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징벌적손해보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같은 쟁점에 대해서 각각 배상청구권을 갖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재 증권업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여권에서는 이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재 공정위에만 한정된 담합에 대한 고발권을 검찰, 중소기업청장, 감사원장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같이 가전제품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삼성, LG와 경쟁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동부대우전자가 약 7~8%를 차지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가 냉장고시장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