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엔선 장벽, 시장 예상보다 간단치않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부양책으로 인해 엔화의 하락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낙폭. 시장 전문가는 달러/엔이 향후 1~2년 사이 최대 150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엔화는 달러를 비롯한 주요 통화에 대해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달러 당 100엔선에서 제동이 걸렸다. 달러/엔이 투자자들 사이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100엔 선의 벽을 가볍게 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달러/엔이 100엔 선을 상회한 것은 2009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투자가들은 달러/엔이 4년만에 세 자릿수에 진입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100엔 선의 장벽이 시장의 예상보다 간단치 않은 모습이다.
외환시장의 옵션 트레이더들은 달러/엔이 100엔을 넘지 않을 때 일정 금액의 프리미엄이 지급되는 옵션을 상당 규모로 매도했다. 환율이 100엔 선을 넘을 경우 커다란 손실을 보게 된다. 때문에 이들 트레이더는 달러/엔이 100엔을 뚫고 오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엔화 '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BNP 파리바의 다카다 마사푸미 외환 담당 디렉터는 “옵션 트레이더들이 포지션 방어를 위해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따른 환율 영향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달러/엔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 세 자릿수 진입을 차단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단스케 방크의 로만 라스무센 애널리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데 따라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이 저해되고 있다”며 “여기에 정부 지표에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매도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엔화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용지표를 포함해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 역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하락을 제한한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판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맥닐 커리 기술적 전략가는 "미국과 일본의 주가 강세가 지속될 경우 엔화 환율을 세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일본 금융권에서 엔화 환율이 한 차례 폭등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 일본 기관 투자가들이 공격적으로 엔화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화 자산을 사들일 때 엔화 가치가 크게 꺾일 것이라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