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오블리비언(Oblivion)’은 제목 그대로 망각을 주제로 한 SF영화다. 2077년. 약탈자들과 전쟁 끝에 승리하지만 폐허로 변해버린 지구가 무대다. 타이탄으로 귀환할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잭(톰 크루즈)이 망각의 벽에 가로막힌 기억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영화 ‘오블리비언’은 SF라는 장르에 무척 충실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시원한 그래픽에 눈이 호강한다. 약탈자들에 파괴된 달, 해수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장치들, 구름 위에 자리한 스카이타워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잭이 몰고 다니는 버블쉽과 약탈자들을 쫓는 드론의 숨 가쁜 추격전 등 SF 장르에 최적화된 화면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SF영화는 숙명적으로 얼마나 더 미래지향적인 화면을 제공할 것인가 고민해 왔다. 이전 작품들보다 더 신기하고 그럴 듯한 화면을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늘 머리를 맞댄다. ‘디스트릭스9’의 피터 잭슨 감독이 상상력 가득한 화면으로 호평을 받았다면, ‘오블리비언’의 화면들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최신 소니 F65카메라와 400명에 달하는 시각효과팀, 플라잉캠을 투입한 ‘오블리비언’의 화면은 ‘아바타’ 이후 한껏 높아진 객석의 눈높이까지 만족시킬 만큼 화려하다.
스토리와 캐릭터도 괜찮다. 폐허가 됐지만 지구에 머물고 싶은 잭과 하루빨리 타이탄으로 가려는 빅토리아(안드레이 라이즈보로)의 묘한 대립은 영화의 메시지를 잘 압축하고 있다. 잭의 꿈속에 나타나는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등 영화를 구성하는 캐릭터들은 막판에 등장하는 반전까지 관객을 충실하게 안내한다. 점차 임무에 의문을 품는 잭의 심리변화와 비밀조직 리더 말콤(모건 프리먼)의 등장 등 전개 상 흥미로운 장치들도 마련돼 있다.
문제는 영화 중간 엄습하는 지루함. 2시간이 조금 넘는 런닝타임 끝부분에 반전을 숨긴 ‘오블리비언’은 늘어지는 전개 탓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새 캐릭터, 특히 의문의 여성 줄리아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호흡이 빨라져야 하는데, 시종일관 한 템포 쉬어가는 느린 전개가 몰입을 방해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칫 ‘오블리비언’이 ‘화면발’만 좋은 SF로 기억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차라리 런닝타임을 줄이고 느릿한 스토리를 타이트하게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