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아마존 탐험가가 쓴 아마존의 모든 역사
[뉴스핌=김선엽 기자] 매년 5억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전 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수십 년 동안 아마존의 원주민 부족들을 직접 방문하고 미탐험 지대를 탐사해온 저자 존 헤밍은 서구인이 최초로 아마존에 도래하던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그곳에 남겨진 이야기들을 집대성하여 아마존의 역사를 들려준다.
신간 '아마존 :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년'은 부제가 암시하듯이 아마존 자연과 원주민들의 공존하는 삶의 이미지에 대해 이방인들의 정복과 파괴의 이미지를 대비시키며,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16세기 초 아메리카 정복 열풍이 불었던 시대가 있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오늘날 멕시코에서 아스테카 제국과 마야 제국을, 페루에서 잉카 제국을, 콜롬비아에서는 무이스카 연합을 정복했다. 이 정복지들은 전설적일 만큼 부유했고, 정복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되며 점차 금을 온몸에 바른 왕의 나라, 엘도라도 전설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생각했다. 궁극의 전리품은 어디에 있을까. 이 욕망은 비단 엘도라도 탐험대뿐만 아니라 광의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마존 역사를 추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축이 된다.
유럽에서 향신료가 인기 있던 시절에는 아마존에서 계피나무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고, 20세기 초 고무가 산업화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던 시점에는 고무 사업이 대호황을 맞았다. 한편 오늘날 아마존 삼림 파괴를 야기하는 가장 큰 힘 역시 목재와 콩, 소고기 수출 때문이다. 그에 대응하여 아마존 숲과 원주민들은 그러한 착취의 대상이 되어 서구 문명 앞에 바짝 엎드려야 했다. 저자는 이 매번의 시기마다 아마존에서 빚어진 이 비극의 문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그러나 서구인과 그 문명적 삶은 아마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저자는 지금도 그렇다고 말한다. 반면 서구인이 도래하기 1만 년 전부터 이미 아마존에 살았던 원주민들은 숲 안의 식량과 약초, 자재로 쓸 만한 수백 가지 식물의 잠재적 가치를 파악하고 있었고, 숲과 공존하는 삶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었다. 한 인종은 더듬더듬 나아가며 살갗이 찢어지고 벌레에 물리고 굶어 죽어간 반면 다른 인종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초목 사이를 자유롭게 누볐다.
하지만 저자는 서구인들이라고 무조건 아마존과 원주민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이미 16세기부터 아마존에는 그곳 자연과 원주민을 아끼고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이 있었다. 아일랜드인 오브라이언은 당시 식인종으로 오해받던 부족과 친구가 되었고, 수많은 선교사들은 종종 그들의 착오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원주민들을 교화하고자 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19세기부터 시작된 자연학자들의 아마존 탐험은 점차 아마존의 가치를 축적해가는 역사가 되었다.
안데스 고원의 동쪽 사면에서부터 멀리 대서양까지 이어지는 짙푸른 녹음. 미국의 4분의 3, 한국의 70배에 달하는 인간의 눈높이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장대한 숲에서 펼쳐진 인간들의 이야기를 마치 천일야화처럼 읽어가며, 점차 아마존에 관한 입체적인 이해의 틀을 갖게 될 것이다.
존 헤밍 지음 |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720쪽 (별면화보 56쪽) | 30,000원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