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영화 ‘웃는 남자’는 평생 웃는 얼굴로 살아가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가진 사내 그윈플렌의 이야기다.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웃는 남자’는 타락한 귀족들의 유희를 꼬집는다. 입이 찢어지고 팔이 떨어져 나간 몸종을 경쟁하듯 ‘수집’했던 귀족들의 추악함은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 극한대비를 이룬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영화화한 ‘웃는 남자’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독특한 인물의 이야기를 한 편의 연극처럼 꾸몄다. 빨려들 듯 몽환적인 화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주인공 그윈플렌(마크 앙드레 그롱당)과 여동생 데아(크리스타 테렛), 양아버지 우르수스(제라르 드빠리드유)가 꾸미는 연극무대는 특히 아름답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한 화면 속에 펼쳐지는 ‘웃는 남자’는 비극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중반 이후 점차 시대의 문제를 다루면서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그윈플렌에 흥미를 느낀 귀족이 탐욕스런 손을 뻗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주인공들이 연정을 느끼면서 영화는 신음하며 뒤틀린다.
‘웃는 남자’는 입을 가린 미남자의 얼굴을 내세운 포스터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1869년)이라는 점에서 ‘레 미제라블’과 비교됐고 피에로처럼 찢어진 주인공의 입 때문에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그윈플렌은 조커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웃는 남자’는 쏟아진 관심만큼 다양한 관객을 끌어안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본연의 이야기에 충실한 덕에 영화 전체가 ‘웃는 남자’만의 독특한 공간으로 채워졌지만 아무래도 연출과 연기 모두 기대치를 밑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극적 사랑을 이야기할 것인지, 시대의 추악함을 들추는 데 집중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탓에 둘 다 놓쳐버린 듯 아쉬움이 남는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