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 젠서은행 신발 주전자까지 팔아, 알리바바는 대출업
[뉴스핌=김영훈 기자] ‘주전자나 스마트폰, 양털이불, 신발을 파는 대형 은행’
전세계 시가총액 2위 은행인 중국 국유상업은행인 젠서은행(建設 건설은행)의 문어발식 영업 확장 이야기다.
6개월 전 젠서은행은 산룽상우(善融商務ㆍbuy.ccb.com)라는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했다. 전통적인 산업 영역을 무너뜨리고 전자상거래라는 뜬금없는 영역에 도전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일부 서구 은행들 가운데는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한 온라인 쇼핑몰을 낸 적이 있지만 자체 쇼핑몰을 차린 젠서은행에 비하면 한참 하수다.
당연히 중국 내 동종업계에서도 튀는 행보다. 하지만 이는 중국 은행업계의 새로운 환경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중국의 은행들은 오랫동안 정부의 과잉 보호를 받아오다 최근 은행 개혁과 개방으로 치열한 경쟁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다 서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쟁탈전이 가열되면서 은행들의 고객 정보 수집이 치열하다.
젠서은행의 온라인 금융을 책임지고 있는 한 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매개체로 하지 않고 우리 자체의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 경각심을 갖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다. 그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인색한 것을 비난해온 사람이다. 은행이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은행을 바꾸겠다고 선전 포고를 하기도 했다.
젠서은행이 이런 알리바바를 지원했다. 2007년 마윈은 젠서은행과 손잡고 알리바바금융인 알리론(AliLone)을 내놨다. 중소기업 대상 대출 프로젝트다. 대규모 고객 정보를 갖고 있는 알리바바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젠서은행의 파트너십은 최강의 결합이었다.
하지만 젠서은행은 신용 이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조심스러워 했다. 게다가 이 일에 관여했던 인사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신용데이터가 은행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출 이윤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을 요구했다고 한다.
젠서은행과 알리바바, 이 양 업계를 대표하는 거대 회사간의 금융 제휴 업업은 결국 2011년 끝이 났다. 협력기한이 된 후 계약을 지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쪽은 결별 후 각자 서로의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젠서은행은 2011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30% 증가한 5조9000만위안에 달한 가운데 전자상거래 쇼핑몰 시장이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젠서은행은 이에 앞서 거대 시장을 잡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고객의 거래 데이터가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갔기 때문에 독자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파트너였던 알리바바 역시 자신들의 자금과 알리바바 자체 금융망을 이용해 은행 고유업무인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가 과연 상대방의 영역에서 승리자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중국 재계 관계자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