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영훈 기자] 경제침체를 반영하듯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지역의 박물관이 자금난 등으로 답보 상태 또는 불황을 맞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의 박물관은 나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 중국어판은 22일 최근 중국에서 크고 작은 정부 및 사설 박물관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한해동안에만 중국에서 390개의 박물관이 새로 생겼다.
게다가 이같은 박물관 열풍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국 박물관의 특징은 역사와 민속, 과학, 정치, 예술, 오락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박물관 성격을 띄고 있으며 규모도 초대형이다.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리모델링후 개장한 상하이 당대 예술박물관은 원래 사설로 운영되던 박물관을 정부가 인수해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이 박물관의 영어명은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Power Station Of Artㆍ예술 발전소)’다. 19세기 때 발전소로 사용하던 곳을 개조해 만들어서다. 개장 전시로 제9회 상하이 비엔날레를 유치해 시작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이 개장한 같은 날 상하이 제2 국가박물관인 '중화예술궁'도 문을 열었다. 중화예술궁은 1900년대 중국 예술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박물관 측은 “중국 현대 예술 박물관 중 가장 큰 곳”이라며 역시 웅장한 규모를 내세웠다.
상하이의 또 다른 미술관인 와이탄미술관은 2010년 문을 열었는데 작품을 소장하지 않고 순회 초대전만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방식은 중국의 다른 대형 미술관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서역의 둔황에 문을 연 박물관은 세계 최대 석굴사원인 둔황 막고굴의 훼손을 막기 위해 관람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 생겨난 박물관의 공통된 특징은 규모가 초대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2011년 재개장한 베이징의 중국 국가박물관은 유사 박물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지만 중국 역사 전시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돼 중요한 대목에서 단절감이 느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술품 수집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서 점점 더 상징적인 가치를 띄고 있다. 중국의 억만장자 비율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우뚝 올라섰다. 부호들이 천문학적인 고가의 소장품을 자랑하고 싶어 사설 박물관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중국에서 박물관이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또 이같은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상업적인 갤러리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인기있는 중국 및 서양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수집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박물관 산업은 이제 막 맹아기에 접어들었다며, 예술에 대한 진정한 식견이 없다면 외형만 웅장하고, 개인의 부를 자랑하기 위한 예술 창고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육의 연장선 상에서의 역할이 강화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