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부진으로 중-외 합작 속속 해제
[뉴스핌=김영훈 기자] 해외 다국적 보험사들과 합작해 보험사업에 뛰어들었던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海爾), 철강업체 민메탈스(中國五鑛) 등 외자합작보험사를 설립했던 비금융권 기업들이 보험시장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피터 엔스 골드만삭스 아태지역 재무 담당자는 “많은 외자합작보험사의 중국 측 파트너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특히 비금융권 기업들의 퇴진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보험 사업으로 이렇다할 수익도 내지 못했을 뿐더러, 보험을 더이상 중요한 사업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얼마 전부터 보험사업에서 발을 뺄 태세를 취해왔다. 하이얼은 2002년 미국 생보사인 뉴욕 라이프와 공동 투자로 하이얼뉴욕보험을 설립한 바 있다.
그 이후 뉴욕라이프가 합병 관계를 철회하자 일본 메이지야스다생명이 뉴욕라이프의 주식 가운데 25%를 취득했다. 메이지야스다는 증자를 통해 현재 29.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얼은 지난해 5월 베이징대 산하의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에 하이얼보험의 지분 51%를 팔아 치워 지분을 20%로 축소했다. 이름도 팡정생명보험으로 바꿨다.
중국 LCD생산업체 SVA는 이보다 앞서 2009년 일본 니폰라이프사와의 합작보험사인 창청(長城)자산관리사의 지분 50%를 전부 매각했다.
중국 보험시장에 대한 실망은 중국 측 파트너 뿐만이 아니다. 해외 보험사들은 중국의 거대 인구와 광대한 시장, 잠재력 등을 보고 앞다퉈 중국 진입을 시도했다. 또 중국 기업의 유통망 고객망을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합작보험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현지 대형 보험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중궈런서우(中國人壽), 핑안(平安)보험, 중국타이핑양(太平陽)보험 등 3대 보험사는 2012년말 현재 중국 보험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중외합작 보험사 26곳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4.7%에 그쳐 2007년의 8%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WSJ는 이들 합작보험사들이 초라한 실적과 함께 중국 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과 출자 규모를 끊임없이 늘려야 하는 다중고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