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대표 패션업체인 LG패션과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법정공방이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다. 버버리가 LG패션의 체크무늬 셔츠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자 LG패션이 이에 대한 ‘영업방해’ 맞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양사의 이번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버버리는 지난 2009년에도 LG패션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베꼈다는 이유로 영국 닥스를 통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LG패션에서도 격양된 분위기 일색이다.
이번 맞소송이 화해로 이어지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버버리는 최근 LG패션을 상대로 5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가액은 상징적인 의미로 소송이 본격화 된다면 LG패션의 매출에 따라 소송 규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LG패션이 자사의 제품을 배꼈다는 것이다.
버버리 측은 “백화점 매장 등에서 판매되는 LG패션 캐주얼 셔츠에 사용된 체크가 버버리 상표등록(버버리 체크)과 사실상 동일하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LG패션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표의 명성과 신용에 편승하고자 의도적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LG패션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현재 LG패션은 소장을 송달받는 즉시 영업방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LG패션 관계자는 “체크무늬는 전세계 패션 브랜드들이 즐겨쓰는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로서 버버리 뿐만 아니라 유수의 브랜드들이 오랜 기간 동안 체크무늬를 활용한 다양한 아이템들을 전개하고 있다”며 “왜 버버리가 소송을 제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LG패션의 대표적 체크무늬 디자인의 제품인 ‘닥스’의 경우에는 영국에서 119년 전통을 자랑하는 브렌드이기도 하다. LG패션 입장에서는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알짜 브랜드 ‘닥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울러 버버리의 소송에 대해 반격해야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
실제 LG패션 일선 매장에서는 이번 버버리 소송 소식이 알려지며 ‘버버리를 배낀 것 아니냐’는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이번 맞소송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패션 측은 “버버리가 적용이 모호한 디자인 요소에 대해 상표권 침해라며 당사에 대해 불쑥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버버리 측에서 지난 2009년에도 닥스 아동매장의 인테리어가 버버리 내부 장식을 모방했다고 항의한 바 있지만 당시 LG패션에게 일언지하에 거부당한 바 있어 이번 소송을 벼르다가 제기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버버리가 소송을 제기한 곳은 LG패션 뿐만이 아니다. 2006년에도 버버리는 제일모직의 ‘빈폴’에, 2008년에는 매일유업의 아동복 브렌드 제로투세븐 등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승률은 1승 1패였다. 버버리는 제일모직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 2심에서 뒤집어지며 패소한 반면 제로투세븐에 대한 소송을 승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버버리의 명품 위상 추락이 이번 소송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버버리 브랜드는 백화점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1층 매장에서 점차 밀려나는 형국”이라며 “루이뷔통, 샤넬 등의 경쟁사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인지도 측면에서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버버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내 소비 감소에 따른 부진을 겪는 상황이다. 결국 LG패션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에 따른 위상 상승 등의 직·간접적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자존심을 건 싸움을 시작한 만큼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버버리는 체크무늬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기도, 승소하기도 한 만큼 승패를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