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채 발행시 CRS 통해 환위험 제거
[뉴스핌=백현지 기자] 엔화 약세로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수혜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채권을 발행할 때 CRS(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100엔 환율은 1200.39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6월 4일 1514.80원과 비교했을 때 20%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가파른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과 기업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무라이본드 발행도 늘어나는 것. 지난해 한국물 발행 194억 2000만 달러 중 사무라이본드가 48억 1400만 달러로 25%에 달했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해서 12.5% 증가한 규모다.
또 사무라이본드를 비롯한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이 수백억원대 외화환산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로 POSCO, 일본에 거점을 두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수혜주로 부상했다. POSCO의 엔화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제철도 엔화부채가 50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같은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엔화부채가 실제 이익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철강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환이익을 중시하지 않아 장부상 이익정도로 생각한다"며 "대일본 수출도 대부분 달러화 베이스로 엔화 약세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난해 말 기준 엔화부채는 775억엔(한화 9200억원)이지만 이중 일부를 헷지해 위험부담을 낮췄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엔저가 되면 좋겠지만 지난 2011년에는 엔고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발행 자체가 달러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 CRS를 통해 리스크를 없애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DCM(채권자본시장) 담당자는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스와프를 하기 때문에 환율발행 주체가 엔저의 이익을 본다기 보다 스와프뱅커들이 이익을 본다"며 "발행 주체에 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개시한 KT 관계자는 "이달 중 발행하는 사무라이본드는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에 대한 차환용"이라며 "발행량을 늘린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