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 삼성증권 김석 사장,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 아랫줄 왼쪽부터 하나대투증권 임창섭 사장,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 한국운용 정찬영 사장, 아이엠투자증권 정회동 사장. |
[뉴스핌=홍승훈 기자]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보인 증권업계에도 매서운 한파를 뚫고 계사년(癸巳年)이 밝았다. 증권가 CEO들은 지난해에 이어 위기감이 확산되는 증시업황 속에서 제각각 위기극복 전략을 내놨다. 현 시점이 위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내부 혁신'과 '인식 전환'을 통해 기회로 삼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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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업계 전략의 화두는 '내실있는 자산관리'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IB(투자은행) 및 해외진출을 강조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예탁자산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에 포커스를 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창조적이고 아이디어가 있는 금융상품 경쟁력 강화, 고객 우선 경영,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당면 과제였다.
삼성증권은 고객과 예탁자산에 대한 대대적인 강화방침을 올해 화두로 정했다. 지난 2010년 7만명 돌파 이후 정체된 1억원 이상 우수고객의 한계를 뚫고 향후 5년내 두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김석 사장은 "IB와 퇴직연금 사업을 통해 확보한 법인고객의 오너와 임직원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매출과 사업구조의 안정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압도적 1위'를 위한 모멘텀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역시 자산관리형 영업토대 구축을 신년 키워드로 강조했다.
김기범 사장은 "저성장 시대에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려면 무엇보다 두터운 고객기반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고객 눈높이에 맞춘 투자전략을 제시하고 차별화된 상품 제공 능력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 개정을 필두로 한 시장 변화와 함께 금융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시장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투자회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 곳도 눈에 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개인이라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지만 금융투자회사는 고객과 우리의 내일을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며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대투증권은 글로벌 50위권 위상의 종합자산관리회사를 비전으로 삼고 올해를 본격적인 액션의 원년으로 정했다.
임창섭 사장은 "개인고객 자산 증대, 수익증대, 효율적인 경영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종합자산관리회사로 가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 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긍정의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노사간 갈등이 격화되며 악화일로를 걸었던 현대증권도 올해 비즈니스의 중심을 '자산관리영업 강화'로 꼽았다.
윤경은 사장은 "리테일부문이 자산관리영업체제로 제대로 전환되도록 부점별, 채널별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리테일사업의 부활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위기속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이어 "중국시장을 수출시장에서 내수시장으로 인식하고 관광 서비스산업을 국가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광광객 3000만 시대를 열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잠재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어 "부채로 발생한 위기를 새로운 부채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규제완화를 통한 넌뱅킹(non banking) 성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신년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해외 주요 IB들은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신흥국들의 재정과 통화정책 등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며 "국내 역시 새 대통령 취임으로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올해 역시 CEO들의 사자성어를 통한 신년 화두도 새삼 주목할 만하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예기치 않는 어려움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의미의 '이환위리(以患爲利)'를 강조했다. 업계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주역에 나오는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를 꺼내 들었다. 임 사장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처럼 긍정의 마음과 변화에 대한 노력이 쌓이면 비전은 반드시 달성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회동 아이엠투자증권 사장 '운외창천(雲外蒼天)'을 통해 희망을 얘기했다. 정 사장은 "구름 너머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처럼 지금 처한 현실이 비록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은 올해의 키워드로 논어에 나오는 위산일궤(爲山 一簣)를 거론했다. 이는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자는 의미로 우리 속담인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와 맥을 같이 한다.
한국운용 정찬형 사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요행을 바라거나 지름길을 찾지 말고 정도를 걸어야한다'는 의미의 '행불유경(行不由徑)'으로 올해 나아갈 방향을 대신했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 한국운용은 통합 이후 많은 어려움에 직면 했지만 항상 그 난관을 극복하며 한 단계 높은 곳으로 향하는 디딤돌로 삼아오는 저력을 보여 왔다"며 "'행불유경'의 정신으로 우리 앞에 닥친 난관을 극복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