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절벽 타결시 대규모 매도 우려 제기
[뉴스핌=홍승훈 기자] "지금 주식을 사서 먹고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 역시 원화강세에 기반해 환차익을 노린 단기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란 전망속에 외국인의 강한 매집으로 국내코스피가 점차 반등, 2000선에 육박하는 중이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논의가 타결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어 이를 염두에 둔 외국인이 조만간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령 시장에서 기대하는 재정절벽이 해결되더라도 결국 재정비탈(fiscal slope)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이를 기회로 주식을 던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달내내 코스피시장에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씩 주식을 쓸어담던 외국인이 이틀째 순매도 전환했다. 18거래일 연속 3조 7000억원 남짓 사들인 외국인이 전일 배당락일을 맞아 현금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면서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규모가 많지 않았기에 시장충격은 미미했다. 하지만 이를 시발점으로 외국인 수급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선 조만간 재정절벽 타결 호재를 기회로 외국인의 스탠스가 대규모 매도로 바뀔 수 있음을 경계하는 분위기.
익명을 요구한 운용사 임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에서 멈출 것으로 봤다가 이게 뚫리면서 미국계펀드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식매입이 본격화됐다"며 "지금은 1050원 정도를 타깃으로 삼는데 재정절벽 이슈가 방향을 잡으면 원화강세 기조는 꺾일 것이고 외국인의 전략도 반대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원화강세 기조가 1070원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배당 효과도 지나면서 점차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될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이 임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외국인 매수만 끊기면 빠지는 분위기"라며 "재정절벽 타결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쉽게 빠지진 않는 상황인데 막상 좋게 결론이 나더라도 재정비탈로의 변화 과정을 고려하면 재정절벽 타결이 상승 변곡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이 사들인 경기민감주 기업들의 4/4분기 실적이 부정적일 것이란 전망도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재정절벽 이슈가 마무리되면 남는 것이 펀더멘탈인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전망이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만 올랐지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 주가가 실제 오른 것이 별로 없다"며 "실적대비 현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재정절벽 역시 타결된다는 자체가 의미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으며 신정부 들어서는 해인 만큼 1월효과도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전문가들은 실제 재정절벽이 발생하기보다는 재정비탈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재정절벽 사태를 방지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재정절벽이 경제에 주는 충격을 피하고자 일부 조치를 되돌리거나 혹은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재정절벽을 피하면 단기 충격은 없겠지만 재정건전성 회복이 지연되고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재정비탈로 표현되는 부분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