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시장 '성숙'…월마트서 할인판매까지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애플 주가가 500달러선에서 갈짓자 행보다. 애플 주가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499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500달러선을 밑돌았다. 장중 반등, 결국 518.83달러에 마감하긴 했지만 한 때 700달러를 넘기며 1000달러 달성 기대감이 널리 퍼졌던 것에 비하면 그 절반인 500달러선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다소 초라함을 느껴지게도 한다.
여기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돌입해 아이폰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아이패드 미니가 기존 아이패드 시장과 겹쳐 애플에 날개를 달아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고급스러웠던 이미지도 무너지고 있다. 월마트에서 할인판매되는 아이폰을 보면 애플의 고급스럽고 신비한 이미지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았던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 500달러선에서 고전하는 애플 주가.. 현 시장상황 반영
이날 주가가 출렁이게 한 데엔 씨티그룹이 애플의 아이폰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린 파장이 컸다. 씨티그룹은 목표주가도 기존 675달러에서 575달러로 내렸다.
그런데 애플 목표주가를 내린 건 씨티그룹뿐만이 아니다. 이번 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UBS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790달러에서 700달러로 하향조정했고, 제프리즈앤코의 피터 미섹도 900달러로 잡았던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내렸다. 부품 공급업체들이 받은 주문량이 줄었다는 근거를 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패드 미니를 소개하고 있다. |
◇ 할인판매로 고급 이미지 손상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플은 흑묘백묘 전략을 펴려는 것 같다. 염가 판매에까지 나섰다. 월마트에서 16기가바이트(GB) 아이폰5를 127달러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AT&T를 통해 살 경우 가격은 199달러. 월마트는 16GB 아이폰 4S는 47달러까지 내려서 판다. 아이패드는 399달러에 살 수 있다.
애플과 월마트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애플은 신제품의 경우 고가 전략을 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으며, 이 때문에 영업마진도 높을 수 있었다. 월마트 매대에 애플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내놓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고민스러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른 것도 현 상황에선 마이너스 요소일 수 있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모험적인 승부에 나서 마니아들 사이에선 일종의 `애플교` 교주처럼 여겨졌던 잡스와 달리 쿡 CEO는 철저하게 관리형 경영을 하고 있다. 7인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만큼 고집스러웠던 잡스와 달리 쿡 CEO는 7인치짜리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기도 했다.
◇ "애플TV를 기다린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아무리 새 제품을 개발한다해도 크게 성공하긴 어렵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태블릿PC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기다리는 것이 새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애플TV다. 그러나 아직까지 애플TV에 대해선 추측과 예상이 대부분이지 구체화된 건 없다.
배런스는 그래도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 주가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매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직은 삼성전자와 정면승부를 할 힘은 충분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모간스탠리의 캐티 허버티는 이날 보고서에서 "애플은 올해 연말 홀리데이 시즌에서 명백한 승자"라며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 매출을 좀먹는다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했다.
애플 주가가 더 출렁일 것인지 아닐 것인지는 일단 다음 달 실적 발표 시점에서 한 차례 갈릴 듯하다. 일부에선 애플이 주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주식병합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주가 관리에 매달리는 건 잡스가 지휘했던 애플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 쿡이 이끌고 있는 지금은? 지켜봐야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