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은행 생존법, 신규 수익원 개발·포트폴리오 조정
[뉴스핌=한기진 기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저금리시대다.”
은행원 경력 20년의 우리은행 한 영업 책임자는 최근의 금융시장 동향에 낯설어했다. 예전처럼 이자수익에만 의지할 수 없고 수수료 수익을 찾아야 하는데 딱히 해법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일본처럼 장기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보다 근본적으로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은행권의 걱정”이라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일본을 교훈 삼아 효율성 개선, 신규 수익원(해외진출 등) 개발, 포트폴리오 조정 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벤치마킹의 출발점은 버블이 붕괴한 90년대 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대규모 부실로 대출수요를 크게 줄였고, 가계도 실물자산을 65%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40% 수준까지 줄이는 등 지속해서 부채 축소에 나섰다.
이러자 은행의 재무제표에는 예금이 남아돌았고 저금리 환경에서 이자마진은 뚝뚝 떨어졌다. 90년대 초 95~98%에 이르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은 2011년에 70% 이하로 떨어졌고 잉여자금(예수금-대출금) 규모는 200조엔을 넘었다. 대출이 늘지 않아 저성장으로 이어졌고 금리가 낮자 저수익 구조가 만들어졌다. 예대마진은 90년대 초 2% 중반에서 중반에 1.4%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본 은행들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유가증권 운용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수익성 제고였다. 일본중앙은행에 따르면 대출자산 비중은 2000년 64%에서 2010년 55%로 줄어든 대신 유가증권 비중은 19%에서 29%로 늘었다.
특히 저금리 환경에서 고수익을 얻기 위해 구조화채권, 헤지펀드, 부동산펀드 등 대안투자 비중을 늘렸다. 2011년 기준 대체투자 규모는 유가증권 투자액의 4% 수준이다.
일본 대형은행은 국내에서 입은 손실을 해외에서 번 이익을 메우기도 했다. 2011년 대형은행 총대출의 18%가 해외대출이고 2010년 해외수익 비중이 17%였다.
수수료 수익도 늘리고 다양한 합작을 통해 신규 사업 진출도 확대했다.
기업고객에게 신디케이트론 주관 및 유동화 관련 수수료 등을 얻으며 주요 은행은 수수료 이익 비중이 40%에 달하기도 한다. 개인고객에는 투자신탁, 사적연금 및 보험상품 판매에서 얻는 판매수수료 수익을 늘렸다. 투자신탁 총판매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20%에서 2012년 50%를 차지했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은 90년대 일본 은행과 닮았다. 은행의 3월 말 기준 예대율은 95.3%로 낮아졌고 예대마진은 10월 말 1.90%로 지난 달(1.95%)보다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우선 과다한 잉여자금유입을 억제해야 하고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금유입을 통제해야 하고 고객기반 확대와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중소기업 및 소비자금융시장과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