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경색…주요 계열사 매각 이어질 판
[뉴스핌=강필성 기자]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구자원 LIG 회장 일가가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되면서 피해 배상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LIG오너일가의 피해 배상 자금마련에 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재판이 진행중인 LIG 오너 일가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바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 여부다. 만약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피해자의 손실을 배상할 수 있다면 이는 형량 감경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
이례적으로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두 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 동시에 기소되고 구본상 부회장이 구속된 것을 감안하면 재판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빠른 피해 배상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구자원 회장은 지난 10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 피해 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구자원 회장은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는 그 원인이나 잘잘못을 떠나서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신속히 검토해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배상안이 확정되기는커녕 피해자들과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정률의 이대순 변호사는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며 “배상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사전 작업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LIG오너 측에서는 전액 배상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LIG그룹 관계자는 “구자원 회장은 형사상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의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등의 사재를 팔아 배상해주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며 “전액을 배상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IG그룹 지배구조. |
위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LIG오너 일가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자금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사재 출현으로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했지만 주요 계열사의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LIG오너일가가 피해 배상을 위해 준비해야 할 돈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 제기한 소송액 1200억원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이는 100% 배상을 고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현재 LIG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두 계열사인 LIG손해보험과 (주)LIG의 지분은 담보로 묶여있는 형편이다.
LIG일가는 LIG손해보험의 지분 23.12% 중 22.99%과 LIG의 지분 100% 중 99.9%를 각종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즉, 부채 상환 없이 이 지분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담보로 잡힌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한도에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LIG손해보험과 (주)LIG를 통해 지배하지 않는 엘샵이나 LIG투자자문, LIG에이디피 등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엘샵과 LIG투자자문은 자본금이 고작 2억원, 30억원에 불과하고 지분율이 25.39%인 LIG에이디피는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578억원 밖에 안 되는 것. 결국 LIG 오너가 입장에서는 이 배상을 위해서 LIG손해보험이나 (주)LIG를 아예 M&A시장에 내놔야 할 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피해 배상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 안에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피해 배상을 발표할 당시에 선임됐던 변호인단이 모조리 해임되고 12일 첫 공판을 앞두고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된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