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13일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서울국립현충원과 포스코센터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황경로(사진왼쪽), 정준양(가운데) 공동위원장이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
이어 “현재 세계철강업계는 서바이벌게임에 비유할 만한 극한경쟁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며 “박태준 정신, 창업세대의 불굴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혁신과 창의로써 오늘의 위기와 난관을 돌파하여, 세계 최고 철강회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자는 내부적 결속과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뿌리 깊은 나무는 매서운 추위에도 얼지 않는다”며 “머잖아 거목의 포스코에 봄기운이 만개하는 날, 당신의 영전에 엎드려 다시 술잔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준양 회장 추모사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박태준 회장님, 포스코의 영원한 우리 회장님.
세월은 물같이 흐른다더니, 당신이 홀연히 저희 곁을 떠나신 지가 어느덧 일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의 유택에는 봄, 여름,가을, 겨울이 다 머물고 갔지만, 사철 내내 어느 하루 빠짐없이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당신을 잊지 못하는 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당신을 지켜주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한시도 당신을 잊을 수 없는 미망인이십니다. 비록 당신의 육신은 떠나셔도, 그렇게 당신의 추억과 당신의 정신은 뒤에 남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계셨습니다.
그리운 회장님.
오늘 저는, 당신이 인생의 황혼을 거니는 어느 날에 하셨던 그 육성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나는 저승 가서도 포스코를 지켜볼 거야.” 이 한마디 말씀이 저의 귓전에 생생합니다. 작금의 침체한 글로벌경제, 특히 세계철강경기를 지켜보는 당신은 최우선으로 포스코를 염려하실 것입니다.
현재 세계철강업계는 서바이벌게임에 비유할 만한 극한경쟁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과잉생산에 설상가상 경기침체가 겹쳐서 적자생존, 우승열패라는 비정한 시장의 법칙이 세계철강업계에 관철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아가는 저희 포스코는 지난 5일 ‘혁신경영’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박태준 정신, 창업세대의 불굴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혁신과 창의로써 오늘의 위기와 난관을 돌파하여, 세계 최고 철강회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자는 내부적 결속과 다짐이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짝 긴장을 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회장님과 선배님들의 그 고난 극복의 유전자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터널 속에서 가장 성능 좋은 헤드라이트입니다.
저의 기억에도 저 1970년대에 겪었던 1차, 2차 오일쇼크 파동 당시에 포항제철소 곳곳에 쌓여 있었던 제품들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그때 겨우 신입사원의 허물을 벗고 있던 저희 동기들은 삼삼오오 회사의 장래를 걱정했습니다.
오일쇼크를 전후한 그즈음에 미국 경영학자 하난(Hannan)과 프리만(Freeman)이 ‘조직군생태이론’을 제시하여 찰스 다윈의 자연생태계 적자생존 이론을 기업생태계에 적용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팔리지 못한 제품들보다 더 강렬하게 저의 기억에 남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흔들리지 않은 리더십과 돌파력입니다. 그리고 중견간부가 되어서는 그때 당신이 발휘한 미래 예지력을 깨달았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박태준 회장님, 포스코의 영원한 우리 회장님.
오늘 저는 당신의 혼백 앞에서 적자생존, 우승열패의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새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떠나신 뒤 하늘이 저희에게 내린 하나의 시험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설령 시험이라 해도 당당하게 감당하겠습니다. 당신을 공부하면서 더 단련하고 더 성장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 당신의 그 탁월한 형안이 저희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 당신의 그 자신감이 저희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인간이다.” 이 가슴을 찌르는 말씀도 당신은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 말씀은 당신의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함축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직원이 희망이고 미래”라는 말을 신념으로 되뇌고 있습니다. 임직원들과 함께, 포스코의 사람들과 함께 힘차게 나아가겠습니다. 기필코 저희는 ‘강건한 포스코’의 전통을 한층 더 강화하고 발전시키겠습니다.
그리운 회장님.
다시 혹독한 겨울이 왔습니다. 그러나 봄은 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포스코의 뿌리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매서운 추위에도 얼지 않습니다. 머잖아 거목의 포스코에 봄기운이 만개하는 날, 당신의 영전에 엎드려 다시 술잔을 올리겠습니다. 반드시 당신께 즐거운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편히 그날을 기다려 주십시오.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께 당신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모든 분의 간절한 마음을 한데 모아서 삼가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2012년 12월 13일
포스코 회장 정준양 올림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