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탓 공방보다 재무개선 시급
[뉴스핌=이강혁 기자] "자본만 줄인다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나요. 급한 불 끄기죠. 네탓 공방도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회사를 먼저 살려야 채권기관도 살거 아닙니까."
자본잠식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의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주채권은행 변경도 방법 아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부천중동 PF사업장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해 채권단 내 분란을 키웠고, 자산매각 등은 별개로 둔 채 감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미덥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KDB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 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자신들을 포함해 채권단 일각의 이같은 요구를 고려해서다. 우리은행의 반론이 만만치 않지만 '금호산업 살리기'의 대승적 차원에서는 다툼을 줄이고 채권단의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17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의 의견조회를 거쳐 우리은행에게 주채권은행 변경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50여개 채권기관이 산업은행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금호산업 채권단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현재 존폐를 걱정해야 할만큼 재무상태가 심각하다. 연결기준 부채가 1조9000억원이나 되는 등 빚이 산더미다.
그룹 모회사인 금호산업이 무너지면 아시아나항공까지도 위험한 지경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는 크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금호산업의 손실은 만만치 않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부천중동 사업장 손실이 1554억원에 달하고 김포사우 토지매입에 따른 자산감액 손실은 555억원이나 된다. 지난 7월 진행된 패키지딜에 따른 순자산 감소분도 1047억원이다.
금호산업은 이 상태로 올해 말 자본잠식률이 109%를 넘어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고, 관리종목 지정 혹은 상장폐지까지도 걱정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우리은행은 때문에 현재 자본금 8627억원을 7대 1 감자를 통해 1232억원까지 낮추면서 일단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는 등 급한 불을 꺼보자는 심산이다. 산업은행이 부천중동 PF 문제를 제기하면서 6개월 간 일이 잘 안돼 결과적으로 시한이 임박해서야 감자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감소 만으로 근본적인 재무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 일각의 견해다. 산업은행은 이런 맥락에서 주채권은행 지위를 갖게되면 채권단 동의를 구해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금호아시아나플라자(KAPS)를 약 1400억원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산매각이 이뤄지면 감자와 더불어 금호산업은 내년 1분기 중 자본잠식률을 44.3%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는 것.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잡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KAPS 매각 문제가 원활히 해결돼야 한다는 것과 부천 중동 PF사업장 문제가 조기에 처리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있다.
단적으로, KAPS 매각의 경우는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590억원의 비협약채권 상환을 하지 않을 경우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부담을 우려하는 우리은행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비협약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재조정에 동참해 달라고 협상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그동안 2조원이 넘는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등 얼마나 노력을 해왔느냐"면서 "경영정성화가 무산될 경우 채권단의 희생과 노력은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금호산업 7대 1 감자를 결의함과 동시에, 주채권은행 변경 문제가 채권단 동의를 얻게되면 우선적으로 KAPS 매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산업은행이 지나치게 '우리은행 책임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강조하고 있다며 불만이 높다.
지난 11일 열린 금호산업 채권단회의에서 우리은행 실무진은 산업은행 측에게 "마치 우리은행이 부도덕한 은행인 것처럼 사실관계를 곡해해 몰아부치고 있다"며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