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등 일부 채권기관들 사실상 동의 거부
- 농협 등 일부 채권기관, 우리은행 동의서 '보이콧'
- 부천중동 PF문제 별도로 이르면 다음주 '감자' 논의
[뉴스핌=이강혁 기자] 금융당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 채권단 간 부천 중동 리첸시아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자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이 2차 부의안에 동의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같은 PF대주단인 농협을 포함해 일부 채권기관들이 사실상 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정상화 작업은 더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됐다. 공사비 692억원의 지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실확대에 따라 재무구조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부천중동 PF문제와는 별도로 이르면 다음주 7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열고 금호산업의 감자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중재 이후 2차 안건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6일 KDB산업은행(금호산업 채권단)과 우리은행 간의 부천중동 PF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선 바 있다.
핵심 쟁점이던 공사비 분배 문제에 대해 '현재 할인율인 23.6%보다 추가 할인해 분양하더라도 기존의 분배원칙을 그대로 준수해 금호산업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금감원이 제시했고,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양측은 이 안을 받아들여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은행과 같은 PF대주단인 농협이 안건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다시 꼬이는 형국이다.
다음달 중 채권기관 전체의 의견을 모아 '동의'와 '부동의'의 결판을 내야하는 상황이지만 농협을 포함해 이미 20여개 채권기관은 '우리은행이 수정안건을 보내지 않는다'며 부동의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채권단의 75%에 해당하는 채권기관이 동의를 해야 안건이 통과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부천 중동 PF갈등은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금감원에 감사의견을 제출해야하는 내년 3월 이전까지 부천 중동 PF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은행을 상대로 채권기관들이 대규모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음을 보내는 분위기다.
한 채권기관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갈등을 빚던 산업은행은 금융당국 중재에 따라 동의서에 사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농협 등 일부 채권기관이 협의회를 통해서 채권단 내에서 결의하고 동의해야 하는 문제라는 이유와 함께 초과할인 문제에 대한 수정안 문구를 우리은행이 포함시키지 않는다며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천 중동 PF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금호산업의 재무구조(자본잠식률 87.2%)는 더 악화되고 있다. 700억원에 가까운 공사비가 지급되면 그만큼 자본이 확충되면서 재무개선의 효과가 있지만 연말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올해 손실만 1600억원이라는 거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단은 일단 부천 중동의 PF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감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다음주 중 우리은행, 산업은행, 농협, 국민은행, 미래에셋PEF 등 7개 채권기관과 재무적투자자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감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부천 중동의 공사비가 금호산업의 유동성으로 남겨져야 순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것도 어려운 상태이고, 자산매각이나 신규투자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감자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자비율이 높을수록 자본금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칫 유동성 위기를 배제할 수 없는만큼 '감자비율을 5대 1로 가져가자'는 올해 초 논의는 해답이 아닐 것으로 채권단 내부는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