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균 사장 발언 전세계 매체 '도배'
[뉴스핌=노종빈 기자] "더이상 애플과의 타협은 없다"
14일 삼성전자 신종균 IT모바일 부문 사장의 이같은 확고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발언이 전세계 언론매체를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이는 삼성의 경영진이 '애플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많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었으며, 즉 애플을 점차 버리는 카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삼성이 최근 그리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처럼 확고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을 짓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미리 상대방에게 내 카드를 내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담당 신종균 사장이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3를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
◆ 삼성-애플, 좋았던 그 시절
돌이켜보면 삼성과 애플과의 관계는 소송전으로 치닫기 전까지는 애플은 구매자로 삼성은 부품공급자로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애플은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의 물량을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었고 또한 가격 조건도 어떤 업체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 결과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AP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공급받았다.
막대한 생산설비 투자를 요구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설비를 돌리지 않고 놀리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향후 기술적인 개발이나 차기 설비투자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도 적잖은 물량을 꼬박꼬박 잘 받아가는 애플은 과히 나쁘지 않은 고객이었다.
◆ "삼성, 잃을 게 많지 않은 싸움"
현재 삼성이 미국 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애플과의 소송 자체도 그리 잃을 것이 많지 않은 싸움이다.
삼성이 승리할 경우, 즉 소송의 결과가 뒤집어질 경우 삼성은 특허침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돼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애플이 승리할 경우 삼성으로서는 막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크게 득볼 것도 없지만 결과 자체는 여러가지 적잖은 문제를 던진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경우 전세계 매스미디어들의 광범위한 골든타임대 보도와 분석 기사들로 또 한번 도배될 전망이다. 또한 이로 인해 결과에 대한 찬성보다는 애플 판결에 대한 반발 여론으로 들끓고 이성적인 반론도 더 설득력있고 돋보이게 형성될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 삼성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전세계 사용자들의 '멘탈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내가 지금 잘 사용하고 있는 폰이 모방제품이라는 판결을 받는 것은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당장 참기 힘든 모욕감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 美 사법개혁 논의까지 이어질 듯
이번 판결은 불가피하게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개혁논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법원이 21세기 정보화 혁명의 시대 최첨단 IT기술에 대해 그다지 전문성이 떨어지는 배심원들의 판단을 고집할 경우, 이번 소송과 같이 재판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에서만 패배한 삼성이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었다는 시각도 제기될 수 있다. 또한 이같은 판결이 판매금지로까지 이어질 경우 이는 국가간 무역마찰은 물론, 미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법원에서 삼성의 소송 패배로 결론날 경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을 만드는 모든 업체들은 즉각 잠정적인 패배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애플이 소송을 결심했을 때부터 내심 가장 원했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 삼성에게 한가지 우려할 것은
이와 같은 소송 결과의 여파를 우려해 미국 법원도 섣불리 판단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이 때문에 배심원들의 비행 여부에 대해서도 심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신의 과거 IT업계 소송경력을 밝히지 않은 배심장을 비롯한 배심원들의 비행 쪽으로 결론나 적잖은 파문이 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럴 경우 재판은 다시 몇 단계를 더 거치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단 한가지 삼성이 우려할 것은 이처럼 소송이 결론나지 않고 지리멸렬하게 장기화돼서 원고든 피고든 판사든 방청객이든 모두가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전세계인들의 소송에 대한 관심은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요거트처럼 시큼해질 수 있고, 삼성에게 힘을 실어주던 '언더독(강자와 맞서 싸우는 약자)' 이미지도 점차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적절한 시점에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가장 좋은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으며 때로는 내 카드를 아끼면서 가장 원치않는 결과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