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시민단체도 분양주택 감축 요구..건설사 민영주택 인기 기대
[뉴스핌=이동훈 기자] 일명 '반값' 아파트로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던 보금자리주택이 존폐 위기에 섰다.
건설사는 물론 대통령 후보와 시민단체도 보금자리주택의 폐지 또는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정부도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공공 및 소형주택의 수를 늘리는 대신 분양주택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명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건설사가 짓는 민영주택에 다시 자리를 내어줄 처지가 된 것이다.
건설사들은 반기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에 밀린 자사 주택의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내집마련 꿈에서 한층 더 멀어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지구 A2블록 보금자리주택> |
◆보금자리주택 축소가 '대세'
지난달 31일 건설업계 모임인 건설산업비전포럼은 ‘건설정책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차기 정부에 보금자리 공급 축소를 포함한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분양시장의 문제점은 공급이 부족하기 보다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며 “보금자리를 원하는 대기수요가 민간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민주당 이미경 의원과 나눔과미래, 참여연대 등 11개 단체가 모여 임대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서민과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3법’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보금자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을 현행 53%에서 75%로 확대하자는 안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오는 2018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150만가구가 공급될 계획이다. 이중 중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은 각각 70만가구, 80만 가구. 현재 임대비율은 53% 수준이다.
이들의 요구처럼 보금자리의 정책적 방향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대선 후보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임대주택을 연간 10만가구씩 늘려야 한다며 안 후보와 궤를 같이 한다. 박근혜 후보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현 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수정이 기대된다.
◆민간아파트 청약활기 기대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서울 강남·서초 등 입지가 뛰어난 지역이 대거 포진해 청약 평균경쟁률 10대 1을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청약통장을 사용해 내집마련을 하려던 수요자들이 보금자리로 대거 몰리는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을 기다려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청약을 외면하는 '대기 수요'까지 양산됐다.
때문에 보금자리 분양물량이 줄면 대기 수요자들이 민간 분양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란 것이 건설업계의 기대다. 보금자리만 바라보던 수요가 물량이 부족해지면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건설업계는 보금자리주택의 폐지 또는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김덕례 연구위원은 “보금자리주택이 주변시세보다 워낙 저렴하게 분양되다보니 막연하게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적지 않았다”며 “보금자리 분양을 줄이면 민간분양이 다소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 축소 관건도 결국 '재원'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분양주택을 줄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건설비다. 보통LH와 SH는 보금자리의 토지보상비와 임대주택 건설비용 등을 분양주택의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분양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공적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돼 증세는 어렵지만 각종 복지수요가 늘어 정부가 늘어나는 임대주택 재원을 더 확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대선후보들이 보금자리 분양 축소 및 폐지하고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재원 마련이 과제다”며 “임대주택의 임대료도 인근지역의 70~80% 수준인 상황에서 분양을 없앨 경우 개발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