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단돈 1000원이라도 걸려야 재미있는 게 골프다. 지난주도 안하면 심심하니까 재미삼아 스트로크 당 1000원짜리로 라운드를 시작했다.
우리 모임에선 골프규칙이라는 게 워낙 복잡해 한 번에 한가지씩만 확실하게 하기로 한다. 그날의 제1의 규칙은 노터치 플레이였다. 첫 홀 티오프 전 이것만큼은 칼 같이 지키자고 재확인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날도 3명이 첫 홀부터 선배인 P씨에게 갖다 바치는 상황이 계속됐다. 후반 들어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배판에 배판이 이어졌다. 1000원짜리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도박 수준으로 판이 커졌다.
P선배는 주머니가 두둑하니 기고만장해 졌다. 하지만 4배 짜리 홀에서 돈 자랑에 정신을 놓은 선배의 드라이버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산허리를 깎은 법면 쪽으로 날아갔다.
3명은 쾌재를 불렀다. “그래 막판에 엿 되는구나”생각하며 모두 볼을 찾아 나섰다. 전날 비가 내린 뒤라 산비탈에서 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캐디를 포함해 5명이 이 잡듯 러프를 뒤졌다. 볼이 떨어진 장소의 상태를 확인한 선배는 찾아도 문제라며 로스트볼을 선언하려고 했다. 로스트볼은 결국 2벌타다. 파를 잡아도 더블보기 아닌가.
선배가 막 로스트볼을 선언하려고 하는데 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볼은 질퍽한 땅에 묻혀 겨우 볼 머리만 내밀고 있었다.
선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x발~ 이걸 어떻게 치냐.” 동반자 3명은 “그래도 쳐야지 우째요. 노터치 플레이인데.”
열을 받기 시작한 선배는 “야, 난 포기했는데 너희들은 왜 쓸 때 없이...” 동반자들은 “찾을 땐 언제고 찾아 놓으니 뮌 소리세요”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자고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 하지 않았나. 동반자들이 대놓고 좋아하자 선배는 꽥 소리를 지른다. “야 임마, 그럴 땐 밟아 버려야지. 에이 x발.”
몇 홀만 견디면 공짜로 골프를 칠 수 있었던 선배는 그 홀에서 더블파(양파)를 하는 바람에 ‘뚜껑’이 열렸다. 반 이상 흙에 파묻힌 볼은 치면 칠수록 더 땅속으로 들어가니 방법이 없었다.
선배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목욕탕에서도 또 그 소리를 했다. 차라리 밟아 버리지 왜 찾아서 열 받게 하느냐고.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보통 5분 정도의 시간은 준다. 이는 공식대회 기준이다. 하지만 6분간격으로 부킹을 받아 밀어 넣고도 끼워 넣기를 밥 먹듯 하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선 대충 찾는 시늉만 해야 한다.
이 선배도 처음부터 골프장의 경기진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면 충분히 양파는 면할 수 있었다.
골프라는 게 이렇게 볼을 찾아줘도 욕먹고 안 찾아 줘도 욕을 먹을 때가 있다. ‘아줌마 허벅지는 덮어줘도 욕 먹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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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