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데이터 실제보다 과장됐다"
[뉴스핌=노종빈 기자] 가계대출 부실 비율이 6년만에 최고 수준인 0.76%를 기록하면서 지난 2007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0.71%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놓은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는 알려진 것과 달리 다소 과장됐으며, 따라서 아직은 최악의 상황이 오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 업계 등에 따르면 일단 가계부채 부실 규모가 점차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당국의 통제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는지, 또한 그 시점은 언제가 될 지가 최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금융당국 "망연자실…실제보다 데이터 과장된 부분 있어"
일단 금융당국은 최소한 수치 상으로 가계 부실이 올해 6월말 기준, 6년래 최고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가계대출 증가 속도보다 빨랐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전체 부실비율도 빠르게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어찌보면 편리한 해석이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번에 가계 부문 부실이 크게 부각된 이유는 가계대출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신용대출과는 달리, 주택담보대출 부분에서 고정이하(부실) 여신이 불과 6개월만에 무려 7000억원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가계부문의 부실 여신 규모가 올해 6월말 현재 3조4000억원 대임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증가분이다.
하지만 7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500억원은 집단대출에 의한 연체에 따른 부실이라는 점은 아직 위기가 최악의 수준에 접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집단대출이란 아파트 분양자가 입주하기 전에 받는 중도금이나 이주비에 대한 대출이다. 따라서 집단대출의 부실은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집단행동과 연관된다. 특히 최근 집단대출 관련 문제는 분양자들이 건설사들을 압박해 분양가 할인을 유도하기 위한 행동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도 인정된다.
따라서 감독당국으로서는 집단대출 부실 규모까지 가계대출로 집계돼 부실이 크게 부풀려지면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얻어맞은 것이 다소 억울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전날 브리핑에서 이 부분을 짚어내긴 했지만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뉴스핌의 분석 결과 집단대출의 부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가계대출 악화의 뇌관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올해 6월말 현재 집단대출의 고정이하 여신금액은 1조4000억원이며, 올해 6월말 현재 연체율은 1.37%에 이르러 지난해 6월말 당시의 0.85%보다 0.52%포인트나 상승한 상황이다.
◆ 집단대출, 가계대출 부실 타격은 얼마나 되나?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부실 악화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경기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부실 하락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부실부분도 1조37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74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전체 가계 대출의 절반 정도가 주택담보 대출이고 이 가운데 또 절반 이상, 많게는 3분의 2 정도가 집단대출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집단대출이 1%포인트 오르면 전체 가계대출 부실은 최소 0.25%에서 많게는 0.40% 포인트 가까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같은 유의미한 관련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집단대출 부실은 0.52%포인트 올랐고 전체 가계대출 부실은 0.20%포인트 상승했었다.
따라서 당분간 집단대출 급증세가 멈추지 않는 한 전체 가계부실 비율 역시 급증세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집단대출 연체 자체는 구조적인 문제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 한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신규 입주 단지의 경우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소송의 결과 또는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1~2년간은 갈등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 올해 3분기 또는 연말 위기 가능성은?
하지만 여기에 올해 3분기나 연말까지 여전히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속도가 집단대출의 부실 기여분을 빠르게 넘어설 가능성이 지적된다.
이같은 속도로 간다면 올해 3분기나 연말께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집단대출 부실을 훨씬 앞지를 것으로 보이며, 이 시점은 당국에게 임계점(critical point)을 넘어서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가 되면 금융당국도 강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컨트롤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제대로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집단대출 증분을 제외하면 고정이하 여신 금액은 3조원대 초반으로 떨어지게 되고 부실 비율도 다소 낮아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집단대출 부실부분 3500억원의 여유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정도의 여유 분은 주택담보 대출 부실분의 급증 속도에 의해 금방 따라잡힐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와 연말, 혹은 그보다 빨리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여신의) 질적, 구조적 악화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급격한 위축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떻게든 연착륙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당국 "대기업 여신·경기상황 보면서 합리적 관리"
그렇다면 이번 발표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에 대한 준엄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져준 것임과 동시에 또한 금융 정책 당국의 총체적 부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 여신을 줄인 것의 역효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은행대출을 줄인 것은 파장은 결국 직접 돈을 갚았거나, 전환대출을 했거나, 파산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 가운데 대출을 돌려막기한 사람들은 결국 은행을 벗어나 제2금융권으로 쫓겨갔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많은 주택담보대출자들이 파산의 위기로까지 내몰리면서 담보가치가 떨어진 집은 경매로 나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된 컨트롤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정확한 분석을 내놓을 만한 현황 데이터의 취합조차도 쉽지 않게 느껴지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적으로 (뉴스핌의 분석에 대해) 수긍하고 동의한다"면서 "앞으로는 더 정확하고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관리토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6월말 결산 결과 대기업들의 수준과 경기 악화 상황을 봐서 합리적으로 관리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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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