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줄여 가격 뺐다 vs 가격에 옵션을 맞췄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가 출시 전부터 ‘깡통차’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및 유통업계에서는 겉모습과 달리 편의 및 안전사양 등 옵션이 부족한 차를 내부적으로 ‘깡통차’라 일컫는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일부 편의사양을 빼 판매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독일차 중 볼륨 모델을 투입해 현대차 등 국산차 고객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합리적인 판매 가격을 정했다기 보다 옵션을 가격에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 판매 가격을 디젤 4050만원, 가솔린 3790만원으로 책정하고 오는 20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다. 판매 주력 차종은 디젤이다.
방실 폭스바겐코리아 마케팅 부장은 “파사트에 관심을 보인 소비자가 홈페이지 조사 결과 약 3000여명”이라며 “국산차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 출시 전부터 파사트 경쟁 차종으로 현대차 그랜저를 지목해왔다. 국내 소비자들은 파사트가 그랜저급 편의사양을 갖추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파사트 가격이 공개되자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현대차 아반떼 등 준중형차에도 적용된 후방카메라 조차 파사트에는 없다. 가죽시트지만 등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은 가죽이 아니라 직물소재다. 사람이 앉아 있으면 시트가 마치 전체 가죽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법750조 아이디의 네티즌은 네이버 자동차 자동차토크란에 “4100만원 치고는 너무 깡통이더라. 아무리 디젤 연비 좋고 TDI 어쩌구해도 내부 옵션이 완전 꽝임. 깡통 팔꺼면 가격을 수백 낮춰야 될 듯”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2son**** 아이디를 쓰는 네이버 회원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미국에서 풀옵션 가격이 3만2000달러 정도인데 한국에서 가격이 4100만원이라는 건 폭리를 취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랜저HG240의 경우 내비게이션과 선루프를 포함해도 가격은 3390만원이다. 파사트 가솔린과 비교 시 400만원 싼 것이다. 그랜저의 제품 경쟁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파사트가 독일차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격 대비 뒤떨어지는 옵션과 미국산을 감안하면 판매 가격 인하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사트는 편의 및 안전사양 등 옵션을 뺀 채 4050만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파사트로 인해 독일차가 폭리를 취하는 등 전체 브랜드 이미지까지 실추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이 토요타 캠리 및 닛산 뉴 알티마 등 일본차로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이유를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특수성을 꼽았다.
김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가격이 싸더라도 필수 편의 및 안전사양을 어느 정도 갖춰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파사트는 한국 보다 실속 없이 화려한 겉모습만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중국 사람들은 집에 벽지가 없어도 들어가서 도배하고 살지만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파사트는 실리를 중시하는 한국 보다 중국에 적합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2일부터 소비자와 언론을 대상으로 파사트 시승회를 열며 사전 마케팅을 하고 있다. 파사트 판매 목표는 연말까지 2000대다.
*사진 설명 : 국내 판매 예정인 미국산 폭스바겐 파사트 실내(위)다. 아래 사진은 독일산 파사트다. 같은 파사트지만 실내 분위기와 편의사양 등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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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