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 국가인 이탈리아부터 중심국인 독일까지 유로존의 실물경기가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스페인이 구제금융 요청을 저울질하는 한편 이 경우 위기가 이탈리아까지 급속하게 전염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실물경기 악화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 제조‧서비스‧소매‧GDP 연쇄적 하강
유로존 실물경기 위축이 경제 전반에 걸쳐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2분기 이탈리아 경제가 전분기 대비 0.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0.6%보다 더 크게 위축된 수치다. 이로써 이탈리아 경제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2.5% 위축, 1분기 1.4%에서 침체 폭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말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6월 산업생산 역시 전월 대비 1.4% 감소해 전문가 예상치 1.0%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발표된 기업 경기신뢰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 침체가 깊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7월까지 자동차 판매가 20% 급감한 가운데 피아트가 이탈리아 신규 투자를 중단키로 하는 등 실물경제 곳곳에 침체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상황이 우려스럽기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공장주문이 전월 대비 1.7% 감소해 전문가 예상치인 0.8%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임러와 지멘스를 포함한 주요 기업이 수출을 중심으로 매출 악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앞서 발표된 제조업 지수와 기업경기신뢰지수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는 상황이다.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가 유로존 부채위기와 경기 침체의 파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지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밖에 독일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지난 6월 유럽 소매판매가 0.1% 감소세로 돌아섰고, 7월 서비스와 제조업 지수는 6개월 연속 수축 국면을 지속했다.
◆ 기초체력 회복 없는 위기 탈출 ‘어불성설’
실물 경제의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나 유로존의 구제금융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침체가 깊어지는 데 대해 시장은 우려스럽다는 표정이다. GDP의 123%에 이르는 부채 비율을 끌어내리는 데 난항이 예상될 뿐 아니라 GDP 위축으로 인해 부채 비율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BNP 파리바의 캐서린 콜브룩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경제가 올 4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산업생산 위축으로 미루어 볼 때 회복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와 관련, 뉴엣지 스트래티지의 애널리사 파아자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부채위기와 경기 침체로 인해 독일 기업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진다”며 “특히 제조업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ABN 암로의 닉 쿠니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유로존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최근 경제 지표에서 점차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독일 경제가 급격한 침체로 빠져들 리스크는 낮지만 예상보다 장기간의 성장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