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대기업의 기술유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현직에서 종사중인 엔지니어들이다. 이직을 고민 중인 사람에게는 이번 기술유출 파문이 반가울 리 없다.
최근 벌어지는 기술유출 파문의 원인으로 바로 ‘인력 이동’을 지목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기술자들의 이직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경쟁사로 이직하는 기술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시선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로 좋은 대우를 받고 이직할때 주변의 눈치가 곱지가 않다고 한다. 기술유출 그림자가 뒤따라 다녀서다.
엔지니어들의 기술과 지식이 이미 회사의 경쟁력인데다 이 안에는 다분히 영업비밀을 포함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퇴직시 1~2년간 동종업계 이직 금지라는 서약서를 받게끔 한다”며 “하지만 배운 것이라고는 기술밖에 없는 기술자들의 이직을 막는 건 사실상 1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기술유출 논란이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위축된다. 회사 측에서 이직에 앙심을 품으면 ‘기술유출’이라는 이유로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유출에 대한 혐의를 벗더라도 기업간의 합의 과정에서 이직 직원의 채용을 무위로 돌리거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매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최근에는 이직을 고려하던 사람에게 ‘너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개인으로서 기술유출 당사자로서 거론되는 것은 결과를 떠나 큰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기술유출 파문에 휘말린 A기업 관계자는 이직한 직원 대해 “최근 말이 없어지고 수척해졌다”며 “어떻게 결론이 나던 간에 개인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실제 최근 벌어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효성-LS산전의 기술 유출공방에 이직한 직원과 전 직장의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최종웅 LS산전 사장은 사건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효성)자신들이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토사구팽한 사람이 기술유출을 했다는 주장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다”라며 “기술자 한 사람을 고립시키고 바보로 만드는 소모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측도 브리핑을 통해 “전 직장(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개인 비전을 상실한 조씨가 직접 헤드헌팅업체에 이직의사를 밝혀왔고 인사팀장과 면담을 했다”고 채용 과정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들의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니 실제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한 결론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기술유출에 대한 문제가 늘 직장의 선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 불편한 진실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엄밀하게 보장된 인권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물론 단기적인 동종업계 전직 금지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불이익은 철저하게 보상해준다. 또 적절한 처우와 충분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직의 요인을 스스로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원만한 대화와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로 문제제기를 하자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가능하다”며 “실제 최근 수년간 기존 기술유출 관련 공방에서 무혐의로 판단된 사례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기술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는 이직 대상자에게 보안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이직에 대한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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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