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삼성특검도 못찾은 94년 이전 삼성생명 주주명부를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했습니다. 증거조사가 필요합니다."(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 원고 측 변호인단)
"차명주식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는데, 손복남(CJ 고문.이맹희씨 부인), 고 이창희(고 이병철 차남)도 차명주식을 받았고, 이숙희 남편은 당시 삼성경영에 직접 관여했습니다."(피고 이건희 삼성 회장 측 변호인단)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상속재산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서창원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지난달 26일 첫 변론기일에 이은 두번째 변론일이다. 이날 양측은 법리적 주장과 함께 날선 공방으로 팽팽히 맞섰다.
프레젠테이션(PT)로 진행된 양측 변론은 예상대로 치열하게 진행됐다. 양측 변호인은 1차 변론 때와 같이 이건희 회장 측이 6명, 이맹희 회장 측의 소송대리인 화우에서 9명이 참석했다.
이날 변론은 제척기간을 언제로 볼 것인가와 이건희 회장의 참칭상속인 여부, 증거채택 범위 등이 공방의 핵심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원고 측 변호인단은 이건희 회장의 참칭상속인 여부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단기 제척기간(3년)을 적용하더라도 2011년 6월부터 3년으로 문제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건희 회장이 참칭상속인에 해당되지 않으면 이맹희씨 등이 제기한 소송의 성격이 '소유권에 기한 소유물 반환'이 되고 참칭상속인에 해당되면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된다. 두 성격의 차이는 제척기간의 적용이다.
즉, 소유권에 기한 소유물 반환 소송이 된다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다만, 원고 측은 제척기간이 적용 되더라도 인지 시점이 지난해 6월인 탓에 문제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은 참칭상속인 요건에 해당된다고 맞섰다. 때문에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장기 제척기간(10년)을 적용해도 상속이 이뤄지던 1987년으로부터 이미 25년이 지났고 단기 제척기간을 적용해도 2008년 삼성특검의 차명주식 조사발표 및 2009년 삼성생명 실명전환 공시로부터 이미 3년이 지났다는 반론이다.
원고 측은 결론적으로 쟁점 주식들은 공동재산으로, 제척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피고 측은 상속회복청구의 소가 10년이 지났고, 안 날로 3년이 지났으니 '부적합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변론은 법리적인 접근만큼이나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맹희씨 등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화우는 이날 수차례 '은닉 재산'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차명계좌의 존재 자체가 비도덕적이고 숨겨진 재산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심지어 증거확보를 위해 이건희 회장의 진술 요청 및 삼성그룹의 2인자로 꼽혔던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을 재무라인의 진술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차명이라는 특성상 은닉을 하고 관리했다면 원고 측 입장에서는 정보접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다. 청구의 대상과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증거신청 채택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차명주식을 은닉 주식이라고 말하는 등 비하적인 용어를 쓰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물론 이건희 회장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손복남, 고 이창희 등의 차명주식 상속 얘기가 공개석상에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원고 측이 이병철 창업주가 보유한 차명주식을 몰랐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지적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손복남씨도 안국화재 등 다른 계열사의 차명주식을 받았고, 이숙희씨 등도 모두 다른 계열사의 차명 주식을 받았다"면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4조원 이상의 상속 차명 주식에 대한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에 원고 측이 차명 주식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소송 규모를 확정짓게 될 증거 채택은 오는 7월 3차 변론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삼성특검 조사 자료에 대한 증거 채택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페이지 분량 등은 다음 변론에서 확정키로 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원고 측이 요구한 과세 정보, 금융거래 정보, 거래소사실조회 등의 증거 채택에 대해 3차 변론에서 다루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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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