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신중한 태도..2차 변론 6월27일
-원고, 피고 대리인 참석..양측 변호인단만 15명 공방
-취재기자 등 50여명 몰려..삼성·CJ 홍보관계자도 참관
-양측 변호인단 치열한 설전..재판부도 신중한 모습
[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삼성가 2세 형제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1조원대 유산을 놓고 벌이는 상속소송 법정공방이 30일 시작됐다.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에서는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81.이재현 CJ 회장 부친)과 차녀 이숙희씨(77.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등이 이건희 삼성 회장(70)과 삼성에버랜드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재계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이날 법정에는 취재기자와 일반방청객 등 100여명이 몰려 50석 남짓한 법정을 가득 채웠다. 삼성과 CJ에서도 홍보관계자들이 법정을 참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소송은 양측 법무대리인만 참석한 가운데 서창원 부장판사의 주의사항 고지로 시작됐다. 원고측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에서는 9명의 변호사가 참석했고, 피고측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선임한 6명의 변호사 모두가 참석했다.
첫 변론에 대표 변호사 한 두명이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양측의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날 소송에서는 실제 변호인단 간 소송 성립 여부와 증거자료 여부를 놓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단적으로 피고 측은 "선대 회장은 피고 이건희에게 삼성그룹을 상속하기로 했고 여기에 대해서는 원고 측도 모두 동의했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헌신적 노력으로 25년만에 회사 가치를 높혀놨는데 이제와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이야기를 안하려고 했는데 피고 측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원고 측은 차명재산에 대해 일절 알지 못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와 함께 원고 측은 기존의 주장대로 1조원 규모의 이건희 회장 소유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했고 향후 에버랜드 소유의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계좌 지분을 위해 증거조사를 요청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 측은 증rj자료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승계 대상이라는 1980년대 기사 자료와 이맹희씨의 자서전,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자서전을 각각 증거로 제출했다. 차명계좌 또한 삼성그룹 승계 과정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피고 측 변호인은 "이 건은 법리적 검토를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재판부에서는 이를 기각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고, 원고 측 변호인은 "삼성특검 자료 등을 통해서 상속침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충분히 소송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편파적이라는 일말의 오해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일례로 이날 원고인 화우 측이 요청한 프레젠테이션(PT)은 기각됐다. 단순한 요약자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일에 서면 접수했기 때문에 피고 측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사전에 접수되지 않은 변론은 받아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재판에 앞서 "방청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다수의 참관인을 고려해 가장 큰 법정을 선택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편, 이날 양측의 법정공방은 전초전에 성격이 짙었다. 양측이 서면으로 제출했던 의견과 주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향후 본격적인 법리공방을 위한 증거와 쟁점을 주장하는 수준이었다.
다음 변론기일은 6월27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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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